어느 날, 세상에 색깔이 사라졌다. 화백의 성 청소부인 주인공은 세상에 색을 칠하는 일을 하는 화백 '치커리'에게 이 일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하지만, 어쩐지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전부터 화백의 일을 동경해왔던 주인공은, 화백의 붓을 가지고 치커리 대신 세상에 색을 칠해가기 시작한다.
치커리: 컬러풀 테일은 게임 이곳 저곳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컬러링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런 그림과 색칠, 컬러링을 주 소재로 한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치커리'는 색칠하는 행위 자체를 게임 플레이(퍼즐, 맵 탐색)와 스토리의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색칠과 관련된 퍼즐 요소 경우 예를 들면, 맵에 색을 칠하면 자라는 식물이 있어 그걸 다리 삼아서 건널 수 있고, 반대로 색을 지워 식물을 없애고 막힌 곳을 지나갈 수 있다. 또, 챕터별로 보스에게 승리하면 붓과의 유대가 상승해 다양한 특수능력(색칠한 곳을 헤엄칠 수 있다거나, 색칠해서 어두운 곳을 밝힐 수 있다거나)을 얻어 같은 맵을 새롭게 탐험할 수 있는 레벨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색칠을 하는 도구 역시 게임을 할수록 다양해진다. 처음에는 원형의 선을 그릴 수 있는 붓질만 가능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 다양한 브러쉬 스타일을 얻어 채우기, 하트와 원, 별 등 다양한 문양, 질감을 줄 수 있는 타일셋 등 다양한 색칠과 그리기가 가능해진다.
맵을 칠하는 것 뿐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미술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 주제를 주고 그림을 그려보라는 과제를 준다. 필자는 마우스로 그려 좀 어려웠지만 학창시절 미술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 굉장히 즐거웠다. 물론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게임의 외형을 보면 '힐링 게임이니 일반 게이머가 재미있어할 요소가 없겠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앞서 말한 대로 색칠을 이용한 다양한 퍼즐 요소가 있으며, 보스와의 전투도 존재한다. 다양한 수집요소 역시 이 게임의 장점인데, 앞서 말한 붓 스타일, 주인공의 외형 코스튬, 맵 곳곳에 있는 고양이 수집, 집을 포함한 여러 곳을 꾸밀 수 있는 가구 등이 그것이다.
스토리 역시 상당히 충실하다. 특히나 색칠을 그저 게임의 요소로 치부하지 않고 그걸 주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다. 화백이라는 직업과 색칠이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회복하는 것이 게임의 주 스토리를 이룬다.
그렇기에 마냥 힐링 게임이라기에는 약간은 우울한 묘사도 있는 편이고, 그런 점이 오히려 사실성과 몰입감을 높여주었다(물론 대부분 파트의 분위기는 밝고 희망차지만). 또한 게임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머, 특히 대화와 서브 퀘스트에서 볼 수 있는 유머가 게임의 즐거움을 한층 더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