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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Oct 04. 2017

옥센프리(oxenfree) 리뷰

감성 공포 샌드박스 게임

옥센프리는 텔테일 식의 클릭 어드벤쳐 게임이며, 타임루프 물이다. 사실 크게 특별하거나 엄청난 명작이라 평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일단 텔테일 식 게임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기도 하고, 특히나 옥센프리는 '게임'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텔테일의 게임보다도 적다. 분기점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거의 이동, 스토리 감상이 전부인 게임이다. 거기에 지루한 라디오 주파수 맞추기까지.


주파수를 맞추는 주인공 알렉스


하지만 여러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옥센프리는 흥미로운 게임이다. 첫 번째 관점. 주인공들, 즉 알렉스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보면 두말할 것도 없이 공포물이다. 섬에서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동료는 폭주하며 망령들은 알렉스와 친구들을 섬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그리고 알렉스는, 여러 번 에드워드 섬에 갇히는 경험을 하면서 다른 이들과 달리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계속 어렴풋이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알렉스를 구원해 준 것일 뿐, 자기 자신이 탈출한 것은 아니다.


두 번째. 플레이어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이 게임은 샌드박스 공포게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정해진 룰 내에서 플레이어들을 자유롭게 풀어준다. 이는 단지 다회차 요소의 존재, 선택지의 유의미성 때문만은 아니다. 엔딩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알렉스가 방공호에 들어간 뒤, 과거의 자신에게 조언을 건낼 수 있다. 그 때, 알렉스의 머리 위에는 자신의 스팀 아이디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알렉스에게 충고를 해 주는 또 다른 알렉스


이 장면을 통해, 플레이어는 '자신'의 알렉스를 통해 '다른 사람'의 알렉스에게 충고를 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정말로 내 대답이 다른 플레이어에게 전송되는지는 모르겠다.) 옥센프리는 플레이어들에게 설계된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다. 플레이어느 엔딩에서 내 선택이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닮았는지를 비교해 볼 수도 있고, 다른 선택을 할 때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엔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회차 플레이를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계성 측면에서 옥센프리를 생각해보자. 첫째는 플레이어인 나와 등장인물과의 관계다. 우리 플레이어들은 등장인물들을 영원히 고통에 가두는 존재들이다. 게임을 실행하는 것 자체가 그들을 루프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2회차 엔딩을 클리어해 루프를 깬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루프에 갇힌 알렉스는 존재하며, 3회차를 하는 순간 우리는 루프에 빠진 알렉스와 친구들을 한 무리 더 만들어내게 된다.


핵잠수함 카날로아 호


두 번째 관계는 등장인물들과 카놀로아 호의 선원들과의 관계다. 현대, 2010년대의 알렉스와 친구들, 그리고 1943년 아군의 오폭으로 죽은 카놀로아 호의 선원들은 단적으로 말하면 아무런 관계가 없다. 70년의 세월을 넘어선 이들에게 무슨 인과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들은, 아무 관계도 없는 주인공들을 자신들이 자유가 되기 위해서 이용하려 한다. '우연히' 그들이 에드워드 섬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 두 집단 사이의 관계를 통해 말하려는 것은, 우연성이다.


카놀로아 선원들 역시 우연히 죽었다. 적과의 교전을 통한 숭고한 희생이 아니었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사고로 죽었다. 알렉스의 친오빠인 마이클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친구였던 클라리사도, 동생 알렉스도 우연히 찾아온 그의 죽음에 대응하지 못했다. 일부 엔딩에서 알렉스의 간절함이 마이클을 되살리는 것은, 부당한 우연함에 저항하려는 알렉스의 신념인지도 모른다.


옥센프리라는 게임의 제목은 서양의 관용구인 olly, olly, oxenfree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말은 그리스어인 Óloi óloi éxo(모두 다 나와!) 혹은 독일어 alle, alle, auch sind frei(모두 이제 자유야) 에서 나왔다고 한다. 유래가 어떻든, 이 말은 술래가 숨은 사람들을 찾지 못할 때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못찾겠다 꾀꼬리 정도가 되겠다.


알렉스는 방공호에 들어가 망령들에게 절망스럽게 외친다. olly, olly, oxenfree. 하지만 그들은 순순히 나올 생각이 없다. 플레이어가 어떤 엔딩을 보건, 등장인물들과 카놀로아 호 선원들은 영원히 술래잡기를 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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