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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Jul 08. 2017

'투 더 문'에 감동해서는 안 된다.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투 더 문을 플레이해보신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죽음의 목전에서, 인생에 남은 후회들. '내가 그 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런 소망들을 죽기 직전에 기억 조작을 통해 실현시켜 주는 것이 게임 '투 더 문'의 지그문트 사의 역할이다. 그리고 조니가 지그문트 사에 요구한 소망은, 달에 가는 것이었다.

그가 달에 가고 싶어했던 것은 그의 아내인 리버 때문이었다.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달에서 만나자는 그녀와의 어릴 적 약속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조니는 부분적 기억상실 때문에 그 약속을 기억하지 못했다. 리버가 죽은 뒤 조니는 이유도 모른 채 달에 가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렸다. 요원 에바는 그의 기억을 탐험해 전말을 알아내었다. 그녀는 그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조니의 기억에서 조니와 리버의 첫 만남 이후에 존재한 리버를 모두 지워버린다. 조니가 그녀를 만나지 않는다면 달에 가고자 했을 것이기에.


에바 자신이 한 말대로, 이것은 어느 정도 도박이었다. 달에 간다고 한들 그 곳에서 리버를 만나지 못한다면 조니는 불행하게 죽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조니의 조작된 기억 속 리버 역시 그를 만나기 위해 우주비행사가 되면서, 함께 달로 향하는 아름다운 결말로 마무리된다.

지그문트 사의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

'투 더 문' 이후를 담은 짧은 에피소드에서, 지그문트 사의 기억 조작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죽을 사람이라 할 지라도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것은 인권 침해다.' 라는 것이 반대자들의 주장이다. 지그문트 사의 사원들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마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권의 문제 이외에도, 지그문트 사의 사업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존재론을 다룬 게임 SOMA의 주인공은 자신의 정신이 복제품임을 알고 난 뒤 이런 질문을 던진다. '천국에 나를 위한 자리가 있을까?' 한 사람의 인격이 여럿으로 복제된다면, 그 모두를 위한 천국이 준비되어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다.


과연 천국에서 조니는 행복할까? 기억 조작 전 후의 조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만약 그가 천국에서 리버를 만난다면, 둘은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조니와 리버는 어쩌면 이승에서보다 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리버는 조니가 알던 그녀가 아니며, 조니는 리버가 알던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사후에 신이 존재해서, 사람의 잘잘못을 가려 상벌을 준다고 생각해보자. 마치 웹툰 <신과 함께> 처럼 말이다. 그 경우, 죽은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한 일임에도 기억에 없는 일들을 재판받게 된다. 그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만약 사후세계도 신도 없다면, 지그문트 사의 일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그들의 일은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환자 뿐 아니라 요원들 역시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투 더 문'에서도 그런 묘사가 나온다. 그걸 감안하고서까지 잠시 동안의 만족을 위해 기억을 조작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가 깨어난 후에 일어난다. 의식을 잃고 사망을 향해 가고 있었던, 그리고 기억 조작이 완료된 환자가 갑자기 깨어난다면? 그는 정말로 끔찍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만약 조니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고 생각해보자.기억 속에서 자신은리버와 함께 달에 간 나사의 우주비행사지만, 현실에서 그는 산 속에 은거하는 노인일 뿐이다. 가정부와 그의 아이들 역시 기억하지 못할 것이며 형 조이가 어릴 때 사고로 죽은 사실을 알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삶은 누가 보장해주는가? 지그문트 사에서 보상해주어야 하는가? 그들은 조니와의 계약 내용을 착실히 이행했을 뿐이다. 현실과 기억의 괴리 속에서 조니는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면 사후를, 심지어 삶을 파괴할 가능성을 가진 지그문트 사의 사업은 과연 옳은가?

기괴한 연출과 액션, 심도깊은 스토리로 유명한 영화 토탈 리콜

투 더 문이 다룬 기억조작과 앞서 설명한 철학적 질문, 즉 '인간이 같은 인간이라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은 철학에서 오랫동안 다루어지고 SF 장르에서 무수히 쓰였던 소재다. 필립 딕의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와 그를 영화화한 '토탈 리콜', '인셉션'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투 더 문은 그 중에서도 약간 특이한 위치에 있다. 조니와 리버의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를 통해 기억조작이라는 소재를 희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눈속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엔딩의  '에피소드 1, 투 더 문' 이라는 글귀에서 알 수 있듯이 투 더 문은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에 불과하다. 차후 에피소드는 더 기억조작 자체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질 것이라 예상된다. 투 더 문 시리즈는 절대로 치유물이 아니다. 요원 에바는 동료인 닐에게 이렇게 말한다. '닐, 이 멜로드라마가 그렇게 중요해?'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 시리즈의 전부가 아니라는 일종의 암시이다. 조니와 리버의 사랑이야기는 차후 에피소드에서 나올 반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게이머들을 방심하게 만든 하나의 소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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