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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Jun 03. 2019

두서도 주제도 없는 기생충 리뷰 2

OST 소주 한 잔

1. 기택 네 가족은 기생충이다. 어떻게는 생(生)해야하는 기택과 충숙 부부의 가족. 그들은 가족 모두가 숙주인 박 사장에게 들러붙어 양분을 빨아먹는다.


또 다른 기생충이 있다. 문광과 남편. 그들은 수년 간 보이지 않는 심연에서 박 사장에 기생해왔다. 박 사장님 리스펙트를 외치면서 말이다. 그들의 방식은 기택 네 보다 더 비밀스럽고 처절하다.


하지만 두 집단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문광의 남편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하면서 지하에 빈대 붙은 인간인 반면, 기택 네 가족은 불법적인 방법을 저질렀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반대 급부로 박 사장의 돈을 빨아먹은 것이다.


2. 그런 면에서, 기택 가족을 마냥 기생충이라고 칭하기에는 약간 어색한 부분이 있다. 기택 네를 기생충이라 부를 수 있다면, 박 사장 네도 기생충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3. 연교는 요리를 비롯한 집안일에는 젬병이다. 박 사장의 말을 빌리면, 가정부 없이 혼자 지내면 며칠 안에 집안이 난장판이 될 거라고 한다. 한 마디로 기본적인 생활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박 사장은 운전을 하지 않는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긴 하지만, 그의 사회적 지위, 체통, 그리고 편안함을 위해서 운전사를 고용한다. 


다혜는 사랑을 갈구한다. 부모님은 사춘기 딸은 뒷전이고 어린 동생만 신경쓴다. 전 과외선생이었던 민혁, 그리고 현 과외선생인 기우 모두 진짜 선생이라기보다는 사랑에 대한 그녀의 욕구 충족의 수단에 가깝다.


4. 박 사장 네는 기택 네, 넓게 보면 하류층 인생들에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연교의 교양있는 척과 박 사장의 냄새 혐오는 약간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양 가족 모두 서로가 없으면 원래의 삶을 지탱할 수 없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5. 감독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예의를 말했다. 기택과 박 사장은 너무나 다르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예의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기택은 자신의 냄새를, 박 사장은 자신의 무의식적인 혐오를.


사회는 단순하지 않다.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살아간다.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건, 이제 매너가 아닌 의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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