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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Jun 14. 2019

영화 갤버스턴

평범한 소녀의, 평범하지 못했던 삶

로이(벤 포스터)는 뒷세계의 일을 처리하다 우연히 록키(엘 패닝)을 만난다. 19세에 불과하지만 세상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소녀, 록키. 심각한 폐병을 앓던 로이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그녀에게 일종의 부성애를 느낀다. 하지만 둘은 로이의 과거로 인해 위험에 휘말리고 만다.


갤버스턴은 어디선가 본 듯한 요소가 많은 영화다. 레옹, 아저씨, 드라이브처럼 거친 일에 종사하는 남자가 한 여자를 지키려 노력하는 영화.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들과는 약간 다르다. 두 주인공 사이에서 생기는 관계나 사건보다는 록키라는 소녀의 아픔에 대해 더 묘사하고 싶어한다. 그녀가 왜 새아버지에게 총을 쏘아야만 했고, 왜 어린 동생을 데리고 도망쳐야만 했는지. 어째서 모텔에서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고, 어린 나이에도 위스키를 잘 마시는지.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동생 티파니를 어째서나 그렇게 아끼는지.

록키는 자신의 동생, 티파니를 지키고 싶어한다. 지옥에서 꺼내와야만 했던 어린 동생. 로이가 록키를 지키듯, 록키도 티파니를 지킨다. 자신의 몸을 팔아서라도 그녀를 부양하려고 한다. 록키의 삶은, 살아남기 위해서 지옥일 뿐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도 지옥이었다.


지옥같은 삶은 주인공들이 서로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처럼 대물림된다. 록키는 로이의 범죄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다. 하지만 록키는 자신의 지옥이 다시 티파니에게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맑은 햇살과 바다 앞에서, 평범한 삶 앞에서 록키는 누구보다 행복해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녀는 티파니에게 지옥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 영화 자체는 너무 빈 곳이 많고 캐릭터도 정성껏 빚어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갤버스턴엔 울림이 있다. 어쩌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발버둥치는 그녀의 모습이 일면 우리와 닮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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