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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Jul 01. 2019

아니마(ANIMA, 2019)

In 넷플릭스, PTA X 톰 요크

ANIMA

1. 공기, 숨, 바람, 영혼, 생명

2. 남성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여성적 요소(칼 융)

3. 톰 요크의 3집 정규 앨범, 톰 요크가 출연한 PTA의 넷플릭스 단편 영화


기나긴 통로를 지나는 지하철 안, 모두는 지쳐있다. 톰 요크는 우연히 어떤 여성을 보고 눈을 뜬다. 영감, 예술혼, 무의식, 이상, 아니마. 톰 요크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음 속의 그녀를 본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두고 간 가방을 발견한다. 증발한 영감의 잔재. 혹은 무의식의 구체화, 사실화된 기억. 요크는 가방을 들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는 곧 그것마저도 잃어버린다.


하얀 도화지같은 대지. 그곳에서 톰 요크는 그녀의 가방을 발견한다. 그 위에선 왠 사람들이 바닥을 기고 있다. 포스터에 나온 이미지다. 건반을 연상케한다. 요크는 그 이미지 속으로 들어간다. 가방을 얻기 위해서 그는 음악적 일상에 합류한다. 단순한 작업의 반복은 때론 영감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걸 걷어 차버리기도 한다. 


그는 다시 하얀 도화지 위에서 분투하지만 결국 남은 건 쓰레기 더미다. 수 년간 만든 곡, 그림, 글. 단숨에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예술은 그런 것이다. 요크는 체념하고 눈을 감는다.


길바닥 위에서 그는 눈을 뜬다. 일어나 기댄 벽, 거기에 그녀가 있다. 그리고 이미지의 연속. 요크는 그녀와 함께 빙빙 돌기도 하며, 때로는 그녀에게 끌려간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아니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그녀, 혹은 그와 춤을 춘다.


버스 안, 요크와 그녀는 서로를 바라보고 만지며 교감한다. 마침내 그녀에게 안긴다. 그 마지막의 깊은 교감을 끝으로 그녀는 사라진다. 그녀로 인해 만들어진 작품은 이제 그의 손을 떠난다. 그리고 요크는 다소 나른하게 버스 안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약간은 해탈했거나 지친 듯한 표정으로 그는 바깥을 바라본다. 다시 일상 속에서 불현듯 나타날 아니마를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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