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30분. 알람 소리가 벽을 뚫고 들어온다. 침실에서 옷방으로 건너가 제복을 꺼낸다. 단추를 잠그고 목걸이를 걸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차가운 물을 한 컵 들이켜고, 새근새근 평온하게 자고 있는 아내에게 잠깐의 이별을 고하는 볼 뽀뽀를 하고는 묵직한 근무 가방과 열쇠 꾸러미를 챙겨 나간다.
차를 몰고 쇠창살과 회색 벽으로 사방의 풍경을 압도하는, 그러나 화려하지는 않은 곳에 도착했다.
'아... 익숙한 교도소 냄새....'
글로 설명할 수 없는 교도소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사원증을 바코드에 들이댄다. 매일 반복적으로 한 장소를 들르면 정이 들 법도 한다지만 이 회사는 왜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매일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때로는 좋은 일이고, 때로는 그렇지 못한 일이다. 그렇기에 출입증을 꺼내 정문을 열고 들어갈 때면 손에는 아주 약간의 땀이 나 있다.
이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기묘하고 다채로운 이웃들이 모여 사는, 바깥세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이상한 세계'다.
그렇지만 교도관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마주하는 이웃들이 생각보다 멀쩡하다는 것이다.
'쟤는 왜 저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거지?'
티비에서 나오는 드라마를 시청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감성 가득한 조폭.
그런 그에게 휴지를 건네주는 츤데레 강간범.
프로 선수들도 울고 갈 족구 실력을 가진 은행털이 강도 전과 9범.
저기 열심히 공인중개사 공부 하고 있는 저 8등신 방장은 2000년대 마약왕.
죄를 짓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렇게 멀쩡한 이웃들이었나?
콘크리트 회색벽에 갇혀있는 수천 명의 수상한 이웃들.
또 다른, 색채를 가진 이웃들이 있다.
'동료'라고 쓰고 '우리'라고 읽기도 하는 교도관이다.
계장님이 밤새 근무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나에게 고생했다는 뜻으로 한마디 말을 건네주신다.
"이야~ 오늘 조용하게 잘 보냈다. 그치 이 부장?"
조용한 하루가 완벽한 하루. 제품을 만들지도 않으며, 실적을 내지도 않는,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완벽한 근무가 되는 이곳.
전단지 돌리며 지나가는 고객 한 명 더 잡으려 노력하며 살아온 전 직장과는 완벽하게 다른 이 회사. 이곳은 완벽한 고립, 철저한 침묵만 있을 뿐이다.
교도관 선배가 가끔 나에게 물어본다.
"그래, 이제 회사 생활은 할 만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아... 수용자도, 회사 문화도 다 아직 사실 적응 안 돼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가뿐한 척 답한다.
"네, 이제 할 만하죠 뭐."
내 속마음을 비춰도 될 만한 사람은 회사 밖에만 존재한다.
"세상과 단절된 이상한 세계 같으니라고!"
라고 외칠 곳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속으로 외쳐봤을 뿐이다.
'좋아, 여기다.'
<나는 교도소로 출근합니다>2를 대나무숲으로 활용하련다.
이상한 세계지만 비정상인은 별로 없다.
(비정상인이 있기도 해서 '별로'를 넣는다.)
시간과 공간의 자유만 빼앗긴 갇힌 이웃들의 일상 이야기.
그리고 교도관들만이 가지고 있는 속마음이 이제 곧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