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교도소입니다

잿빛 수용자복을 입는 시간

by 천천희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에 사복 입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무언가에 칭칭 둘러 쌓여 가지런히 앞으로 모아놓은 두 손은 그들이 죄를 짓고 왔음을 알게 해 준다.


모두 법정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순식간에 수용자가 된 사람들이다. 보통은 교도소에 있는 수용자를 데리고 법원을 가서 재판받고 다시 데리고 들어오지만, 이들처럼 일반인 신분으로 재판받다가 구속영장이 나와 서류 하나로 수용자로 신분이 바뀌어 교도소로 들어오는 경우를 말한다.



"이리 들어오세요."


제복 입은 내 손짓에 공손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여기는 교도소 생활 처음과 끝(출소)에만 들릴 수 있는 '신입자 대기실'.


그들은 군대 훈련소를 막 입소한 것 마냥 의자에 앉지 않고 엉거주춤하게 사지가 언 것처럼 서 있었다.


"자, 한 명씩 띄엄띄엄 앉으세요."


어디든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곳이 교도소라면 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다. 모든 휴대품을 제출하고 나면 그들의 시선은 갈 곳을 잃는다. 그때부터는 그들의 관심사는 안내자인 나의 일거수일투족이다. 가끔 한숨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렇게 그들에게 꿈에서 현실로 건너올 시간을 충분히 준 다음, 잿빛 수용자복을 담은 용품함과 종이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간다.


"기본용품 여기 있고 수용시설 안내문 여기 있어요, 읽어보시고, 옷은 저기서 갈아입으세요."


뱃살이 흘러넘쳐 나이키 문양이 조금 찌그러져 보이는 옷을 입은 남자는 아까부터 한숨을 푹푹 쉬더니 바지 자크가 안 올라간다며 더 큰 거 없냐고 투덜댄다.


"선생님...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더 큰 건 없을까요?"


내가 말했다.

"일단 남는 건 이것뿐이에요. 내일 교환신청해 놓을게요."





"준비 다 됐지요? 이제 본 방에 갑니다."


어떤 사람은 수용자복이 영 어색한지 거울을 보며 한참을 서 있고, 어떤 사람은 옷을 입자마자 팔소매를 예쁘게 접어 자기 핏에 맞게 고쳐 입고 나왔다.


"잠깐만요."


술에 취한 큰 목소리가 대기실을 채웠다.

그는 구속 전날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았던지 당분간 술을 마실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침에도 진탕 마셨나 보다. 술기운 때문에 그런지 신발을 고쳐 신는데 한참이 걸렸다. 나는 탈의실에서 나오는 아저씨에게 말했다.


"그쪽은 독거실 갈 거니까 다른 근무자가 안내할 겁니다."


그는 술을 마신 상태라 영상계호방, 그러니까 cctv가 붙은 방으로 다른 직원이 그를 데려갔다.


끝도 없이 펼쳐진 복도를 따라 줄줄이 신입자들이 자기 비품을 감싸 안고 걸어간다. 대각선 맨 뒤쯤 내가 따라간다.


아침까지는 각자의 생활을 했을 이들...

분명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법원에 왔지만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똑같은 옷을 입고 갇힌 이웃들이 있는 이상한 세계로 들어간다.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대로 사동 앞까지 바래다준다. 무탈히 지내기를 바라며 짧은 인사를 한다.


마지막 사람을 직접 방까지 안내해 주며 내가 말했다.


"이 방이구나. 여기 수용자들 괜찮아요."


'끼익'


"자 들어가요."


입소한 순간부터 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얼굴에 긴장감을 풀지 않았던 안경 낀 마른 남자는 방 안에 앉아있던 한 수용자를 보더니 안색이 풀렸다.


"아이고 민아, 여기서 또 보네, 잘 지냈어?"


알고 보니 예전 교도소 복역 때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었다고 한다.


'이 세계에 처음 온 게 아니었구나'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잘 됐네요, 생활 잘하고 있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철커덩'




그날 얼어있는 모습으로 들어온 신입들을 우연히 마주치면 잿빛이었던 얼굴이 사람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행동도 자연스러워지고 웃을 줄도 안다. 그렇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적응이 된 거겠지.


누군가 교도소에 들어가 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 그저 시간과 공간의 자유가 없을 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인권은 누리며 의식주 모든 방면에서 불편한 것 하나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내가 하는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이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것.



다음 날,

다시 내가 데리고 왔던 나이키남과 우연히 마주쳤다. 바지는 바뀌어져 있었고 지퍼는 끝까지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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