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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Nov 28. 2016

지구 상에서 가장 건조한 도시

남미로 맨땅에 헤딩 -43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센트로

칼라마에서 산 페드로까지는 3시간이 넘게 걸렸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깜깜한 어둠이 우리를 반긴다. 손전등을 꺼내야 할 정도로 사위는 적막했고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강한 사막의 모래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와 걷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숙소마다 들어가 봤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빈방이 전혀 없었다. 공교롭게도 오늘따라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에서 내려온 관광객이 많아서 숙소마다 빈 침대가 없었던 것.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 모두 방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보다 못한 젊은 여경이 자신의 순찰차로 관광객을 삼삼오오 태워 숙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을 외곽에 있는 오스페다헤에서 하나 남은 방을 찾았고 제법 높은 가격이었지만 하룻밤 묵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젊은 브라질 연인과 함께 말이다. 둘이 오붓한 시간을 즐기려 이곳에 왔을 텐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들에게 방을 양보하고 황량한 사막에서 노숙할 수는 없는 노릇. 큰 침대를 브라질 연인에게 양보하고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이 층 침대에 산악인과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한다. 


“부에나스 노체스. 굿 나잇.(좋은 밤이에요. 잘 자요.)”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은 저녁 인사를 어색하게 건네고서 잠이 든다. 


사막 위에 지어진 도시 


다음 날 아침, 숙소를 옮기고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상쾌하고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 이하 산 페드로)는 버려진 건조한 사막 한가운데 흙과 짚으로 세워진 도시.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기도 하다. 이제는 오로지 아타카마 사막을 찾는 여행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도시로 전락한 모습이다. 


떠돌이 개들의 모습은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도 자주 보였다. 마을이 작고 집들의 높이와 생김새가 비슷해서 좀 멀리 나가면 길을 잃기 쉽다. 멀리 사막 저편으로 안데스의 고봉 중 하나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산허리에 걸친 햇빛을 받은 흰 구름에 눈이 부셨다. 마을 곳곳에는 눈길을 끄는 벽화가 많았고 바닥에는 선인장과 비슷한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중심가로 접근하자 숲이 우거진 아르마스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고 바로 옆에는 백색의 산 페드로 교회가 보였다. 반대편에는 인류학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었고, 광장 주위로 둘러싼 여행사와 레스토랑에는 투어 예약을 흥정하고 브런치를 즐기는 관광객으로 미어터질 지경이다.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의 오후


“수호 씨! 해송 씨!” 


와이파이가 터지는 아르마스 광장 벤치에 앉아 잠시 더위를 피하는데 어디선가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일행을 만났는지 어려 보이는 한국인 아가씨와 함께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그녀는 발파라이소에서 헤어진 명주 누님.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약간 핼쑥해진 모습이다. 


“엊그제 칼라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글쎄 버스를 타고 밤늦게 도착했거든요. 숙소도 없고 어쩌다 보니 매표창구 여직원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어요.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정체 모를 가루와 주사기가 방안에 잔뜩 늘어져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 집 가족들이 마약을 하더라니 까요. 아침에 도망치듯 나온 거 있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라며 폭풍 수다를 늘어놓는다. 


“오늘 반가웠어요. 그럼 여행 잘하고! 또 봤으면 좋겠네요. 페이스북으로 계속 연락 OK?” 


투어 시간이 임박해 서둘러 뛰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씩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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