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로 맨땅에 헤딩 -42
산티아고에서 9일이나 체류했다. 애초 발파라이소에 다녀온 다음 날에 칠레 북부로 이동하려 했으나 좌석이 없어 이틀을 더 머물게 되었다. 푹 쉬었으니 이제부터는 다시 고삐를 당겨야 할 때. 산티아고에서 칼라마까지는 버스로 24시간, 꼬박 하루가 소요됐다.
황량한 사막 위에 세워진 칼라마(Calama)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도시. 연평균 강수량이 5mm밖에 되지 않는다. 아타카마 사막으로 가기 위한 입구의 성격이 강한 도시이자 세계적인 광산도시이기도 하다. 바로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지인 추키카마타(Chuquicamata) 광산이 이곳에 있기 때문. 연간 구리 생산량이 50만 톤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아타카마 사막으로 떠나기 전에 칼라마 시내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마을버스로 약 10분이면 칼라마 중심가에 닿는다. 광물을 옮기는 거점에 생긴 도시라 채굴을 하는 광부의 동상 외엔 딱히 볼 것이 없었다. 게다가 사막지대라 모든 품목을 들여와야 했기 때문에 물가도 상당히 비쌌다. 오래 머물 이유가 없었다.
“페르미소(실례합니다)”
인근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는데 선글라스를 낀 흑인 둘이 지나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값나가는 캐논 5D 카메라를 들고서. 충분한 사진을 찍은 흑인들은 머쓱하게 웃으며 칼라마 지역신문 기자라며 악수를 청한다.
“그라시아스. 아블라 에스파뇰?(감사합니다. 스페인어 할 줄 아세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스페인어를 잘하는지 묻는다.
“음, 아블로 에스파뇰 뽀꼬(스페인어는 조금밖에 할 줄 몰라요.)”
그럼에도 그 후 알아듣기 어려운 빠른 스페인어로 이유를 설명하는데 대충 이러한 내용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광산도시 칼라마를 찾은 동양인 청년 둘의 이야기를 각색해 단신기사로 싣고 싶었다나. 동양인이 얼마나 보기 어려우면 지역신문에 실릴 정도로 관심을 받을까. 그러고 보니 우리가 꽤 신기한 모양인지 주민도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이 약간은 민망할 정도다.
마을 중앙에 있는 3월 23일 광장과 산타마리아 성당을 둘러본 뒤 마을 외곽지역으로 나가봤다. 마을을 벗어나자 황량한 사막지대가 시작되었고 한쪽엔 서커스를 준비하려는지 대형 무대와 천막이 설치되고 있었다. 그 옆엔 과일 도매상이 밀집해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추키카마타 광산엔 연기가 자욱했다. 매일 오전에 광산 관광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참여해도 좋을 듯. 콜렉티보(Colectivo, 택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버스처럼 승객을 태우고 내린다.)를 타면 금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