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로 맨땅에 헤딩 -41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산티아고 외곽에 있는 볼리비아 대사관을 찾았다. 남미에서 유독 볼리비아만 아직 우리나라와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비자가 필요했기 때문. 통상적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올 때는 페루의 쿠스코나 푸노에서, 우리처럼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갈 때는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비자를 받는다. 대사관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조금씩 다르니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증명사진을 준비하지 못한 산악인 때문에 사진관을 먼저 찾았다. 기가 막힌 남미의 증명사진 촬영법. 벽에다 흰색 도화지 한 장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사진관 아주머니는 준비됐냐고 묻는다. 곧이어
“우노, 도스, 트레스(하나, 둘, 셋)”
라고 외치며 디카(콤팩트 카메라)로 찍는다. 그러더니 간단한 컴퓨터 작업 후 프린트. 5분 만에 뚝딱이다. 우리나라 사진관의 시스템과 성능 높은 카메라 따위는 없다.
볼리비아 대사관을 찾아 제일 먼저 방명록을 적는다. 온통 한국인의 이름만 보이는 것을 보니 대부분 나라는 볼리비아와 무비자 협정이 이미 체결된 모양이다. 대기실 벽에 걸린 볼리비아 국기와 볼리비아를 해방한 영웅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의 초상화, 원주민 출신의 현재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Juan Evo Morales Ayma)의 사진에 눈길이 쏠린다.
“리(Lee), 고(Ko)! 컴 인.”
곧이어 우리의 이름이 불린다.
대사관과 여직원은 부지런히 발급하고 있었다. 요구했던 서류는 여권과 신청서, 증명사진 1장,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 신용카드 사본. 까다로운 질문은 없었다. 서류만 완벽히 갖추었다면 20분도 되지 않아 여권에 30일짜리 비자 스탬프를 찍어줄 것이다. 비자 발급 수수료는 없다. 푸근한 인상의 볼리비아 대사는 유효기간이 한 달이니 오늘부터 30일 안에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야 한다며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여러모로 준비할 것이 많은 볼리비아 입국. 우리나라도 몇 년 안에 무비자 협정이 체결된다는 소문도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