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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의 '1조 손실' 비밀

마켓컬리의 2021년 실적이 얼마 전 DART(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었습니다. 컬리의 2021년 실적이 궁금하지 않나요? 궁금하죠? 궁금할 수 있잖아요~ ^^


2022.3.31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액 약 1.5조 원, 영업이익 -2,139억 원입니다. 매출액이 크게 늘고, 그에 따른 영업적자가 커졌는데, 헐~ 헐~ 헐~ 잘 나간다던 컬리가 2021년 당기순손실 -1조 원이 넘습니다. 이거 무슨??? 말도 안되는..... 놀라지 마시라!


그렇습니다. -1조 원은 진짜 현금이 빠져 나가는 게 아니라, 회계적 손실입니다.


회계적 손실, 회계적 수치 뭐 이런 건  금융자산 평가, 또는 회계적 계산을 위한 감가상각비 등 현금의 유출입이 없는 수치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컬리는 어떤 케이스인지 볼까요? 재무제표 주석을 '디비' 봅니다. 

주석 [금융비용]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부채평가손실을 -1조 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했기 때문에 나온 당기순손실입니다.


왜 이런 회계처리와 숫자가 나오게 된 것인지, 이번 기회에 재무제표 돌아 가는 논리를 조금 엿볼까요?

우선 금융부채.... '부채'라는 빚이 갑자기 많아졌는지 금융부채의 '갑툭튀'를 이해해 봅시다.


마켓컬리가 지속적인 외부 투자를 받고, 이 투자금액에 대해 ‘전환상환우선주’로 나눠줬기 때문입니다.

투자인데 부채가 되나? 투자금은 자본 아니야?? 지루 하시겠지만 아래 Box 설명을 좀 읽어 보시면... 투자금이지만 조건이 상환, 전환이 잡혀 있어서, 이건 빚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전환상환우선주 or 상환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ves)는 비상장 스타업기업에서 잘 사용하는 자금조달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투자금액을 기업가치 평가에 따라 주식을 배정받습니다.(전환) 그러나 우선은 우선주 형식으로 갖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회사에 다시 팔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상환) 2개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으니 투자자에게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전환상환우선주를 부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투자자가 언제든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컬리에게 투자한 투자금은 금융부채로 재무제표에 기록해야 합니다.


컬리 재무제표에도 주석에 내용이 언급은 되어 있습니다. 요래 요래.... 근데 말이 좀 어렵죠.


2.15 금융부채

(1) 분류 및 측정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부채로 지정한 금융상품은 연결회사가 발행한 복합금융상품으로 보유자의 선택에 의해 지분상품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전환우선주 및 전환상환우선주입니다. ….. 특정일에 의무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우선주는 부채로 분류됩니다. 이러한 우선주에 대한 유효이자율법에 따른 이자비용은 다른 금융부채에서 인식한 이자비용과 함께 포괄손익계산서 상 '금융비용'으로 인식됩니다.


그렇다면 부채로 인식만 하면 되지 왜? 평가손실이 이렇게 크게 났을까요?

부채이긴 한데 '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부채라서, 여기서 금융상품의 경우 회계처리 방식이 한 번 더 개입됩니다. 



금융상품은 공정가치 '싯가' 기준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자산의 가치를 재무제표에 기록하는데 금방 팔 수 있는 자산들은 가급적 가장 최근 가격으로 환산해서 적게 합니다. 그래야 자산의 변화를 이해관계자, 투자자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마켓컬리는 최근 약 4조 원의 기업기차로 평가받았습니다. 그전에도 이미 1조 원 이상이라고 했죠. 이후 투자자들은 그 기준에 따라 투자금에 대응하는 전환상환우선주를 교부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마켓컬리는 그 정도의 기업가치가 아닙니다. 즉 평가는 향후 즉 앞으로 될 미래상을 평가해 내는 기업가치입니다. 그러니 자산총계 6,944억 원(2021년 기준)의 컬리를 4조 원이라고 하는 거죠. 


앞으로 컬리가 IPO에 성공 하거나, 목표했던 매출액을 달성해야 전환상환우선주 기준의 기업가치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는 지금 기준으로  따지다 보니, 큰 폭의 갭이 발생합니다. 1조나 4조가 될 거라는 기준으로 교부받은 전환상환주이니.... 지금 싯가로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금융부채-평가손실로 나타내야 합니다. 전환사채 등 이런 것들이 가끔 회사 주가랑 다르게 발행되어 있을 때 요런 회계처리를 합니다.


회계는 또는 재무제표는 기업의 실질을 최대한 알려 줘야 합니다. "회사가 가진 우선주가 앞으로 미래에 만약 투자자들이 모두 회수를 한다고 친다면, 부채인 것이고, 미래의 회사 가치로 책정된 우선주라 1조 원이라 사줬지만 현재 기준에서는 거의 0원에 가깝습니다. 뭐...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재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지요."  


우선 회계적 수치로 나온 당기순손실이기에 실제로 영업활동현금흐름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상기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을 비교한 큰 폭의 그래프 변화만 보고

이거 회사가 너무 기업가치를 뻥튀기 한 거 아니냐?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저 '차이' 만큼 투자자들이 마켓컬리 미래의 기업가치를 인정한 '크기'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재무제표 칼럼리스트 이승환입니다. 2023년 5월부터 재무제표 읽기 스터디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궁금하시거나, 재무제표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 함께 정보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스터디입니다. 


<활동내용> (1) 매주 수요일 코스닥 50 기업 중 한 곳의 재무제표를 읽고 분석한 글을 공유합니다. (2) 매월 말 수요 라이브강의를 통해 재무제표 읽기 Tip뿐만 아니라 지난 한 달 동안 스터디에서 언급한 기업들 재무제표 분석을 설명 드립니다. 


자세한 내용 및 스터디 참여 링크 : https://holix.com/ch/AWNnQn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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