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는 ‘읽기’와 ‘쓰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회계사와 기업 회계팀의 회계 전문가들은 경영활동과 '거래'를 어떻게 재무제표로 나타내는지 고민합니다. 회계처리 전문가가 따로 있습니다. 그렇기에 회계처리 재무제표 ‘쓰기’의 영역을 제가 언급하기는 좀 부담스러우나, 워낙 흥미로운 주제라서 암호화폐의 회계처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회계가 혹은 재무제표 작성은 ‘원칙(회계기준)’에 따라 진행되지만, 고정적이거나 변화, 불변은 절대 아닙니다. 게다가 보통 회계정보라고 하면 최신의, 정확함, 정밀함을 요구하지만 변화에는 다소 보수적인(느린)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업(뉴비즈니스)가 탄생하면, 이것에 대한 회계처리(장부작성)는 오히려 뒤쳐지고,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 왜냐하면 새롭게 발생한 한 건의 거래에 대해서 굳이 기준까지 만들 필요도 없고, 시장이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는' 게 보통입니다. 거래 횟수와 시장 내 비중이 높아져도 비교가능성을 따지고, 보편적인 거래로 시장과 경제사회가 받아들일 때까지 '원칙 수립'은 기다리는 편입니다.
회계처리 원칙이 세워지기 전에, 그래서 제일 먼저 발생하는 문제점이 바로 ‘세금’입니다. 암호화폐가 소개되고 등장한 건 매우 오래 전이지만, 한국은 2017년에 폭발적인 거래로 온 나라를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무도 첫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으로 일확천금을 얻은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종종 회자되자, 세금문제가 거론됩니다. 더우기 개인뿐만 아니라 암호화폐거래소 이익이 수천 억 원이 넘게 됩니다. 2014년 설립된 ㈜빗썸코리아 2017년 영업이익은 2,651억 원이고, 당기순이익 5,348억 원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매우 높았기에 빗썸코리아의 손익계산서 암호화폐평가이익만 2,931억 원이 넘었습니다. 빗썸코리아의 ‘법인세’는 어떻게, 얼마로 계산해야 할까요?
*(주)빗썸코리아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업과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가상자산거래소(www.bithumb.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회계기준해석위원회 등과 상의하여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생긴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로 하고, 역으로 암호화폐를 기타소득 과세가 되는 ‘무형자산’으로 재무제표 항목으로 분류”하자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 (이게 확정은 아니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부담습니다. 화폐라는 개념으로 통화인 '원'이 엄연히 있는데, 게다가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외에도 우후죽순 순식간에 수백개가 생겨났습니다. 디지털코드에 불과한 게 화폐라니…. 암호화폐의 공식적인 명칭을 두고 ‘갑론을박’ 논쟁이 국회나, 정부기관에서 일어났습니다. 암호화폐를 과세나 회계처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법률안을 만들 때 공론화 되었습니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다루는 기업들은 마냥 ‘법’이 완성되기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당장은 기존 회계기준을 근거하여, 암호화폐의 개념정리를 자체적으로 합니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빗썸코리아와 코인원은 재무제표에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이라는 명칭으로 쓰는데 이유는 거래가 가능하고, 소유할 수 있으며, 가격 변화는 높으니 '유동자산'으로 구분한다는 등의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두나무, 네오플라이는 암호화폐를 '암호화폐'라고 부르며, 보유목적에 따라 재고자산,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재고자산과 무형자산으로 구분하는 가장 이유는 가치의 변동분을 ‘손상차손’시키기 위함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암호화폐를 보석∙미술품∙로또와 같은 기타자산으로 봐야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주식,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 쪽이 아니냐고 떠올릴 수 있으나 암호화폐는 이를 만든 이(발행자)가 있고, 사용하는 이용자가 있는데 이들 사이의 권리와 의무관계가 불명확 하기에, 금융상품으로 보기 힘듭니다.
결론적으로는 소유는 가능하나, 가치가 변동하는 건 거래가 될 때인데 만약 거래가 중지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자산.
암호화폐거래소를 연 회사는 암호화폐와 비즈니스가 바로 직결되어 있으니, 제일 먼저 재무제표에 암호화폐를 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이 맡긴 예치금, 회사가 수수료로 받아 보유하게 된 암호화폐 등 자산항목에 기재해야 합니다. 다행이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기에 암호화폐의 가격(싯가)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거래가 유지되고 있고, 이를 잘 반영하면 됩니다.
그러나 만약 거래소가 아닌 일반 회사가 암호화폐를 산다면 어떻게 적을지, 실무자는 고민스러울뿐입니다. 아무도 뾰족한 답을 주지 않으니까요.
투자 목적이든 향후 거래대금으로 사용하든 암호화폐를 사는 회사들이 점점 생겨납니다. 그만큼 암호화폐가 통용되는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이들 회사들도 암호화폐거래소의 재무제표 작성 선례를 따라 기본적으로 무형자산 계정이나, 암호화폐 그대로 재무제표에 적습니다. 그리고 이들 회사들도 암호화폐 관련 비즈니스를 계획하는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그 와중에 발빠르게 이런 회사들을 돕는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자산 서비스’라고 하여, 암호화폐 장외 거래를 중계하고, 디지털지갑을 보관해 주는 수탁, 청산 등의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참….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쉽게 돕는 게 비즈니스라고 합니다.
기존 암호화폐를 사거나, 보유하는 차원에서는 '자산계정'만 고민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업이 직접 암호화폐를 만들어, 자신의 플랫폼에서 파는(매출과 이익발생)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게임회사인 ㈜위메이드는 게임 속에서 사용할 수 있고,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폐 ‘위믹스’를 만들어 새로운 수익을 만듭니다. 아직 회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인데 2021년 3분기까지 재무제표에 올리지 못했던 암호화폐 ‘위믹스’ 판매액을 4분기에 반영하다가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에 없던 위믹스를 판 현금 2,255억 원을 매출로 올렸으나,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외부감사인의 의견에 따라 "매출액 →선수수익”으로 수정하게 됩니다. 암호화폐인 위믹스를 팔긴 팔았지만 유통되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 있으니, 부채계정인 ‘선수수익’으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2018년부터 진행한 블록체인 사업은 자체 토큰인 '위믹스'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Gate.io, MEXC, Liquid Global 등에 상장시키는 성과를 내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사의 자체 플랫폼 '위믹스(WEMIX)'를 활용하여 게임 개발자와 게임회사에게는 위믹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 토큰과 NFT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오픈 SDK를 제공하고 유저들에게는 위믹스를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의 코인과 NFT를 거래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게임 코인 거래소, NFT 거래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위메이드 2021 3분기 보고서 <사업의 개요> 중)
세금, 법인의 보유, 매출 등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가 점점 확대될수록 회계처리(장부 정리) 고민이 깊어 갑니다. 원칙적인 기준 제정을 위해서 우리나라 회계기준원도 고민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회계기준 기구과 상의해야 할 부분도 있고,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왜곡된 재무제표가 나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명확한 회계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기업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재무제표에 암호화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기준이 공표되는 순간 이전에 기록된 ‘암호화폐’ 수치가 일순간 다른 숫자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점점 적용사례가 많아지면, 사회적 컨센서스와 제도적(법률) 장치와 원칙(회계기준)이 마련될 것입니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특징을 잘 살려 회사의 이익과 손실을 숨기는” 암호화폐를 이용할 기업의 일탈을 막기 위해서도 빠르고, 신중한 원칙 제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방지할 수 있고,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판단을 도울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전까지는 각 회사의 정의와 적용이 어떤지 우리가 직접 따져 보아야 합니다. '쓰는 회계'이지만 아직 그래도 크게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몇 개의 실제 사례뿐입니다. 위메이드의 경우 결산이 끝나면 실제 현금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암호화폐의 회계처리를 다뤄 보았습니다. 약간이라도 이해를 돕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자소개 : 평범한 직장인으로 회계를 알기 쉽게 홍보하다 보니 직장인 시각으로 재무제표 읽는 법을 연구했다. 쓴 책으로〈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핫한 그 회사, 진짜 잘 나갈까?〉등이 있다. 2022년 아래 책을 공저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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