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쉬는 날 ‘멍’ 때리며 영화를 봅니다. 케이블TV 영화채널은 중간광고 시간이 무지하게 길죠. 광고 CF가 많을 거라고 당연히 예상했습니다. 시작은 전동드릴 광고였는데 1~2분이 지나자 이게…뭐지? 최수종 아저씨는 저기 왜? 뭘 자꾸 누리라고 하더니~ 전동드릴 광고로 again!
무한루프와 같은 광고의 정체는 프**라이프… 상조서비스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이순재 아저씨 광고 이후… 또 한 번의 충격! “다 누릴 수 있습니다. 프**라이프 하나면 다 누릴 수 있습니다. 누릴 수 있습니다.” 귓가에 무쟈게 맴도는….. 어째든 누릴 수 있다는 그 회사. 얼마나 누릴 수 있는지 ㈜프**라이프 재무제표를 읽어 봅니다.
회사명 ㈜프**라이프는 현대종합상조(주)로 2002년 2월 21일에 설립되어 2013년도에 상호를 프**라이프로 변경하였습니다. 2021년 1월 1일 좋은라이프㈜와 역합병하였습니다. 주요사업은 장례업, 장례비품 도소매 및 대여업입니다. 현재 최대 주주는 (유)피에스투자목적회사로 지분율 34.03%입니다. 프**라이프의 2020년 과거 재무제표를 열어 보면 주주 명칭에 박헌준, 고석봉, 고민정 등 기타특수관계인 지분이 보입니다. 최근에 지배구조를 개편했습니다. 지주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지플러스투자목적회사 그 위에 브이아이지파트너스가 존재합니다. 상조회사 위에 투자회사가 자리잡고 있네요.
프**라이프㈜와 종속기업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상조㈜, ㈜프리드투어는 연결 기준으로 자산총계 1조 8,793억 원입니다. 그런데 별도 기준 자산총계도 1조 8,301억 원인 것으로 봐서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프**라이프 자체로 봐도 무방할 듯습니다. 사실 제일 먼저 놀란 점은 상조회사가 1.8조 원의 규모라…. 아무리 1위 업체라고 해도 우리나라 장례산업이 이렇게 단시간에 커질 수 있는 것인가?
우선 프**라이프가 상조업계 1위 회사인 것은 분명합니다. 자산규모도 제일 크고, 2위 그룹에 비해 2배 이상 큰 회사입니다. 상조회사가 지표로 삼는 선수금 역시 제일 높습니다. 프**라이프 → 대명스테이션 → 교원라이프 → 더케이예다함상조 등 10개 회사가 우선 순위가 메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조회사는 80여 군데라고 합니다.
상조산업은 장의사, 장례식장 관련 서비스와 여신전문금융업이 관련 있을 수 있다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프**라이프 종속기업 출신으로 광고서비스업, 투자업, 증권집합투자기구 등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다 읽어 보니 그럴만 하겠다 싶은 조합입니다. 프**라이프 재무상태표 중에 비중이 높은 자산은 매도가능증권 5,533억 원, 유형자산 2,586억 원, 단기금융상품 1,611억 원입니다. 그 외에도 지분법적용투자주식 2,106억 원, 무형자산(영업권) 1,316억 원이 눈에 띄는 수치입니다. 이 수치만 보면 유형자산이 없었다면 상조업 보다는 금융업에 가까워 보이는 자산분포입니다.
부채항목에는 회원들이 납입한 부금선수금이 1조 5750억 원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조회사는 이 부금선수금으로 순위를 매기기도 합니다. 얼마나 많은 상조 고객을 모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이자 상조회사의 자산의 대부분을 이룰 수 있게 한 재원입니다.
“선수금이란 거래처로부터 주문받은 상품 또는 제품을 인도하거나 공사를 완성하기 이전에 그 대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취한 금액을 말하는 데, 선수금은 현금으로 돌려주는 부채가 아니라 물품 또는 용역을 인도함으로써 그 채무가 소멸됩니다.”
즉 상조회사의 부금선수금은 상조서비스를 가입한 고객이 맡긴 돈으로 부채로 구분되며, 다만 고객이 사망했을 때 장례서비스를 통해서 사라집니다. 상조회사의 부금선수금은 가입자 고객이 모두 사망하기 전까지는 상조회사의 자금조달 원천이 됩니다. 이는 보험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게다가 고객이 일시에 모두 사망하지 않기 때문에 가입자를 늘이면 늘일수록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상조회사의 자산 중에 금융자산이 많은 것은 몇 가지 걱정거리를 낳습니다. 고객에게 받은 돈으로 “투자행위를 하네!” 원래 그거 하라고 준 돈이 아니지 않나? 그러고 보니 프**라이프 광고가 다시 떠올려 집니다. 상조서비스 1구좌에 15,000원이라고 하던데 전동드릴도 주고, 리조트도 보내주고, 심지어 인테리어도 해준다고 했던 거 같습니다.
보험사는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멘트가 있기 때문에 광고모델이 보험설계사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대단하죠. 광고모델 하기 위해서는 설계사 시험에 합격해야 하다니…. 그만큼 금융보험 상식이 없는 경우에는 광고조차 다루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제도권 아래 두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는 상조회사는 좀 아직은 풀어놓은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순재 보험 광고 설계사 자격증 있어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0511000425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6월 설계자 자격증이 없으면 보험광고에서 상품 설명을 할 수 없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했다. 보험 불완전 판매를 막기위해 보험사의 광고모델이 상품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행위를 제한하면서 이 씨는 80대 고령임에도 설계사 자격 시험에 도전한 것이다. AIA생명 광고모델인 아나운서 박지윤도 설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보험 광고모델로 활동했던 아나운서 손범수, 개그우먼 박미선, 탤런트 홍여진과 김명민 등도 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모델이다.
상조회사의 마케팅은 무척 적극적입니다. 상담 전화만 해도 선물을 줍니다. 장례서비스야 기본이고, 한화리조트∙캔싱턴리조트 숙박권도 줍니다. 원하면 크루즈여행, 자녀웨딩 등을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가입한 걸 가족, 친척 그리고 친구에게도 양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증여 문제가 없나 봅니다. 사용 안 하면, 싹 돌려준다는데(안 죽으면 글쵸) 기본으로 나온 가입비가 15,000원* 330회 납입니다. 495만 원이네요. 혹시 회사가 의심스러울까봐 삼일회계법인 외부감사를 받았다고 광고에 언급까지 합니다. 프**라이프는 상조 서비스가 아니라 라이프 서비스라고 합니다. 한 구좌가 아니라 몇 개씩 든다고 하는데 여하튼 부모님 세대가 좋아할 만한 상품(전동드릴이 왜 그런 상품인지는……)과 혹할 부가서비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도 남는 장사라는 거죠.
얼마나 남는지 손익계서를 한 번 볼까요? 프**라이프 2021년 매출액은 1,116억 원입니다. 자산에 비해서는 장의, 장례, 상품 등의 매출액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매출원가율 50%에 불과합니다. 근데 판매관리비가 720억 원입니다. 이런 영업손실액이 173억 원이네요. 글쵸. 상담만 해도 전동드릴을 주는데 남을 리가 없습니다. 직원급여와 광고비야 적은 편이지만 지급수수료 185억 원, 모집수당 124억 원 등이 판관비 중 비중이 높습니다. 최종 이익인 당기순이익은 82억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업외비용 126억 원을 제하고도 448억 원(이자수익 181억 원, 배당금수익 79억 원, 부금해약이익 88억 원 등)의 영업외수익이 크기 때문입니다.
프**라이프의 현금흐름을 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굉장히 높을 때는 2,357억 원(2021년)에 달합니다. 현금의 큰 지출처는 단기금융상품과 매도가능증권의 취득입니다. 2021년 기준 매도가능증권 중에 대부분은 “기업이 발행한 채무증권”으로 사채, 전환사채, 유동화증권 등입니다. 이를 통해서 얻은 이익이 이자수익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략 3.3% 수익율이네요.
프**라이프는 상담만 받아도 전동드릴을 선물합니다. 그래도 꽤 고가인 전동드릴을 선물로 선정한 이유를 재무제표 몇 가지 숫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매출액이 1,116억 원에 비해 16배에 달하는 자산을 가진 프**라이프. 그 자산의 대부분이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부금선수금입니다. 매출액을 발생하기 위해서 필요한 고객유치 활동이 공격적인 이유는 매출액이 적어도 그 자금으로 얻는 이익이 많기 때문입니다. 원가율이 50%이니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근데 그보다 고객유치로 얻은 자금으로 안정적인 사채만 사도 이자수익이 엄청나잖아요. 게다가 수익인식과 비용지출의 시점의 타임갭이 크니,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여유가 많습니다.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일수록 엄청난 경영활동의 어드벤티지를 앉고 가는 겁니다. 상조회사가 작으나, 크나 이런 사업구조 모델 때문에 우후죽순 생겼고, 경쟁적으로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프**라이프 외에 유명한 보*상조는 수십개의 종속회사를 갖고 있습니다. 보*상조*** 류의 이름이 다른 회사가 존재하지만 지배주주는 동일합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죽는다는 명제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비즈니스 상조. 왜 미끼상품으로 전동드릴을 줄까? 불현듯 무선 전동드릴이 아버지 어머님께 로망이 된 이유가 뭘까? 고민하게 됩니다. 이분들은 뭔가를 수리할 때 요즘처럼 인건비가 비싼 걸 참지 못합니다. 아들이 와서 해주길 원하는데…. 아들은 “아이~ 내가 어떻게 해? 장비도 없고 그냥 사람 불러~” “아들아~ 전동드릴 사놨다! 와서 고쳐라”
나 죽으면 누가 뒷처리를 해주나, 아들∙딸∙사위∙며느리 다 믿을 수 없다. 상조서비스나 들어 두자! 세상이 변하고, 효도가 전과 같지 않은 시대에 만들어진 비즈니스입니다. 그렇지만 수천억 원의 금융상품과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상조회사. 아무리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잘 한다고 해도, 고객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수백억 원의 적자가 아무렇지 않는 사업구조이니까요. 프**라이프의 중간 해약 이익이 88억 원입니다. 나중에 장례서비스 받지 않으면 다 돌려준다고 합니다. 중간에 리조트 이용권도 준다고 하니 매달 15,000원을 냅니다. 10년간 내면 180만 원을 납부한 셈입니다. 전동드릴은 10만 원짜리는 될까요? 물론 10년은 쓸 수 있을 것입니다. 1.5조 원을 받아 두고 1,000억 원을 정도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고객들에게 회비 안 받고, 장례서비스 진행해도 15년 회사가 버틸 수 있는 자금입니다. 대단한 구조 아닐까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산업이라고 생각됩니다.
※상기 내용은 FY22~17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조해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검토한 내용이오니, 간혹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안녕하세요, 재무제표 칼럼리스트 이승환입니다. 2023년 5월부터 재무제표 읽기 스터디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궁금하시거나, 재무제표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 함께 정보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스터디입니다.
<활동내용> (1) 매주 수요일 코스닥 50 기업 중 한 곳의 재무제표를 읽고 분석한 글을 공유합니다. (2) 매월 말 수요 라이브강의를 통해 재무제표 읽기 Tip뿐만 아니라 지난 한 달 동안 스터디에서 언급한 기업들 재무제표 분석을 설명 드립니다.
자세한 내용 및 스터디 참여 링크 : https://holix.com/ch/AWNnQn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