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우리나라 증시에 신기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우량한 기업의 주식이 연속 3~4회 하한가를 맞는 일입니다. 주가 그래프를 보면 매우 신기해 보입니다. 당연히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가 착수되었고, 의외의 이름들이 언론을 떠들석하게 만들었습니다.
임창정 씨 때문에 삼천리 재무제표를 보게 될 줄이야….
삼천리는 도시가스를 가정에 보급하는 회사입니다. 삼천리를 연탄과 연결 지을 수 있다면 그래도 삼천리를 아시는 분입니다. 제 부인은 “자전거?”라고 묻더라고요. 그만큼 조용히 사업을 해오던 삼천리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그쵸. 주가조작으로 폭포수와 다름없는 주식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가조작 세력의 전형적인 방식은 유명 연예인이 등장합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모집책과 같은 오해를 사기 쉬운 연결고리를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가조작 관련 기업사냥꾼들이 좋아하는 업종이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연예인을 엮기 쉽거든요.
각설하고 지난 5월 1일 근로자의 날 아침, 삼천리 재무제표를 보게 되었습니다…. 삼천리의 현재 주가는 153,000원입니다. 유통주식수는 4,055,025주, 시가총액은 6,204억 원입니다. 2023.4.7 주가가 최고였을 때(524,000원)는 시가총액이 2조 1,248억 원이었습니다. 2020년 최저가인 64,100원 기준이면 시가총액이 2,599억 원입니다. 2,599억 원으로 시장에서 평가받던 회사가 약 2.1조 원으로 8배가 되었다가 불과 20일만에 3분의 1토막이 난 셈입니다. 4.28 상한가로 다시 조금 오르긴 했지만 4,280명(2022.12.31 기준) 소액주주는 어떤 마음일지 안타깝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삼천리 유통주식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주식투자자는 꼭 유통주식 수를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 말고 누가 이 회사 주식을 들고 있는지? 그 물량은 어느 정도 되는지…. 아무리 기업가치가 좋다고 해도 폭탄 매물이 나오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뒤 늦게 밝혀진 삼천리의 주가하락은 CFD 거래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주가조작'에 대한 의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정상적이지는 않거든요.
이번 사건은 SG증권(외국계 소시에테제너랄)의 대량매물폭탄 때문이고, 장외 파생상품의 하나인 CFD(차액결제거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합니다. 아직 관계기관의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조심스러우나, 이번 케이스는 저에게 아주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보통의 경우 코스닥 기업 중에 재무제표가 엉망이지만 꿈과 희망을 부여해 개미투자자를 홀리는 주가조작이 많습니다. 1~2억 원에도 주가가 오르는 회사가 갑자기 신규사업을 한다고, 공시를 때리고, 유상증자에 자금이 몰리면….. 사람들이 그 기업을 달리 보게 됩니다. “진짜? 대박 나는 거 아냐?”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삼천리를 원래부터 우량기업이자, 사람으로 치면 중장년이 넘어가는 성숙기 기업입니다. 50년이 훌쩍 넘은 역사와 이미 3세 경영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주가조작 관련 세력이 있었다면(가정의 가정입니다) 가벼운 코스닥 신생기업이 아닌 아주 우량한 기업까지 타깃으로 정한다는 게 이번 사건의 놀라운 점입니다.
그리고 보통 시세조작 등에는 해당 회사의 경영진이 연루되기 마련인데 삼천리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3세 경영자로 주주명에 올려 있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 변화가 전혀 없습니다. (그 뒤 다른 몇 개 기업은 대주주가 주식매도를 한 사안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도 조사가 끝나야 확실해 질 수 있는 사실입니다) 여하튼 최근 2~3년간 삼천리 내부에서는 주가 상승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 했을지 궁금하네요. “이제야 우리 회사가 진정으로 기업가치 평가를 시장에서 받는구나!” 생각했을까요?
FY2022 기준 삼천리의 자산총계는 5조 원입니다. 2019년 이후 전에 없는 성장세를 보이었습니다. 4년만에 1조 원이 늘었습니다. 매출액 역시 2021년 3.7조 원 → 5.7조 원으로 증가합니다. 삼천리는 도시가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지난 10년간 매출액 3조 원 수준을 늘 유지했습니다. 정말 주가가 오를만한 시장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요?
삼천리의 매출액의 대부분은 도시가스(69%)와 화력발전(19%)에서 나옵니다. 새롭게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 자동차판매, 플랜트, 해외호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전체 매출액 중에서는 비중이 작습니다. 국내 도시가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기도 서ㆍ남부 지역 13개시와 인천광역시 5개구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바, 안정적 사업 기반 구축한 상태입니다. 삼천리 측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비롯해 태양광발전소와 소각열 공급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바이오매스 발전과 음식물자원화 등의 수주로 사업 영역 확대 중이라고 합니다. 미국에 호텔법인을 3개나 갖고 있습니다. 삼천리의 지배구조는 특이한 게 창업주 2세 회장(이만득)의 자녀는 딸이라서 조카(이은백 씨)가 현재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삼천리의 2021년 → 2022년 매출액 상승은 대부분 도시가스 분야에서 나왔습니다. “난방도일 증가에 따른 도시가스 수요 증가 및 요금 인상으로 도시가스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전기발전 부문의 성장, 플랜트 수주 증가 등으로 전년대비 큰 폭의 매출 성장 시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매출 성장에 따른 판관비 부담 완화에도 국제 천연가스 강세에 따른 원가구조 저하로 전년대비 영업이익률 소폭 하락, 법인세비용 발생으로 순이익률도 하락했고, 글로벌 경기둔화로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따른 가정용 수요 둔화 등으로 매출 성장은 일정 수준에 그칠 듯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매출액 상승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 덕분
매출액이 5조 원으로 2조 원 이상 상승한 이유는 요금인상을 원인입니다. 16% 이상 올랐다고 하는데 그 외에도 유류비 등의 상승으로 도시가스의 수요가 증가한 탓도 있습니다. 재무제표 상으로 원가는 89.9% → 9.6%로 증가한 반면 판매관리비는 8.3% → 5.8%로 하락했습니다. 1% 정도의 당기순이익률이 조금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매출액이 증가한 이후로 감소한 편입니다.
그래도 이익은 912억 원에 달하니, 돈 잘 버는 회사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이 와중에 터진 주가 폭락….. 재무제표를 보는 입장에서는 신기한 현상이자 좋은 기업이 이렇게도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고…. 이번 기회로 재평가된 기업가치가 어느 정도는 예전과 달리 가치상승을 불러 일으키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도시가스공사로부터 원재료를 받고, 국내 도시가스공급자로 마음대로 가격상승을 주도할 수 없는 구조라면…. 저 1%의 이익률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저런 조건이 그간 삼천리가 우량한 기업이고, 늘 저평가 되었다고 인정은 하지만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니..... 믿을 수밖에 없겠다 싶네요. 하지만 처음부터 "여기 오를 데야, 투자를 맡기면 알아서 수익을 내줘! 연예인 *** 씨도 투자자야!"이런 꼬임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그런가요?
안녕하세요, 재무제표 칼럼리스트 이승환입니다. 2023년 5월부터 재무제표 읽기 스터디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궁금하시거나, 재무제표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 함께 정보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스터디입니다.
<활동내용> (1) 매주 수요일 코스닥 50 기업 중 한 곳의 재무제표를 읽고 분석한 글을 공유합니다. (2) 매월 말 수요 라이브강의를 통해 재무제표 읽기 Tip뿐만 아니라 지난 한 달 동안 스터디에서 언급한 기업들 재무제표 분석을 설명 드립니다.
자세한 내용 및 스터디 참여 링크 : https://holix.com/ch/AWNnQn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