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부릅니다. 은유적인 표현인데, 실제로 지나간 일 중에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접하다 보니,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랬던가?” 되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질문을 해볼까요?
작년에 있었던 가장 큰 횡령 사건은?
.
.
.
.
.
.
.
정답은 국내 임플란트 1위 업체 오스템임플란트㈜. 생각나시죠? 1880억 원의 횡령. 가족까지 연루되어 주식투자 하고, 후에 집에서 수백억 원의 금괴가 발견도 되었던….
그 뒤 더 놀라운 전개는 횡령사건 이후 최대주주 최규옥 회장의 회사 매각입니다. 시작은 행동주의 강성부 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요청으로 출발했는데 결과는 다른 사모펀드에 빅딜(?)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모투자운용사인 유니스캐피탈코리아와 MBK파트너스가 세운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가 인수 주체이고, 인수 과정 중에도 갖가지 이슈가 많았습니다. 행동주의 강성부 펀드 덕분에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던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급등했고, 최규옥 회장 지분 정리 관련해 잡음도 있었습니다. 여하튼 결론적으로는 유니스캐피탈코리아 사모펀드는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주당 19만 원 공개매수를 진행합니다.
2023.8.14 기준 오스템임플란트는 코스닥 자진 상장폐지를 완료합니다. 이제는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살 수가 없습니다. 이미 언론에 공개가 되었지만, 매각 대금 등 거래내역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유통주식 수는 네이버 주식 창에서 보면 14,827,124주(2022.11.24 기준)이었습니다. 그럼 이 주식을 다 19만 원 가치로 환산하면 약 2.8조 원입니다.
그 전에 10만 원 정도였던 주가를 생각하면 다소 업 된 건 아닌가 싶은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가능한 숫자일 것입니다. 하지만 부담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보통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한 건 이후 다시 큰 차액으로 매각을 염두해서 인수를 추진합니다. 이게 보통 5년 정도인데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 앞으로 오스템임플란트의 회사가치가 2.8조 원이 넘어야 합니다.
2023년 반기 기준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성적을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매출액 5,817억 원 그리고 영업이익이 1,374억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년의 충격이 있음에도 여전히 돈은 잘 벌고 있습니다. 근데 단순히 계산해 1년에 1,300억 원씩 매년 벌면 2.8조 원 회수에 20년이 넘게 걸립니다.
그래서 시장에 바로 떠 도는 이야기는 회사를 분리해서 일부 매각하지 않을까 하는 말이 나오는데 주석 <종속기업>을 살펴보면 무리수가 있어 보입니다. 오스템은 오스템미국법인 등 40개의 종속회사가 있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자산규모가 큰 곳인데 중국은 2022년 기준 매출액이 1,972억 원이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강점 중에 하나가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영업망)인데 이를 분리해서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도 글로벌 임플란트 시장에서 점유율 10% 정도(추정)로 스위스 Straumann社(약 23%), 미국 Danaher社(약 20%), Zimmer Biomet社(약 14%), Dentsply Sirona (약 10%) 등과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중국 쪽 등 동아시아에서 1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지배력이 부족한데 영업망을 훼손하기 보다는 강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 더 성장을 해서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선택할 것입니다. 이익률을 높이고, 몸값을 더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2022년 기준 자산총계는 1.3조 원을 감안하면 시장가치 평가가 사라진 이후 3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측정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치과에 관련된 모든 기자재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과 인테리어 관련 사업 확장 역시 매출과 시장지배력 강화의 차원입니다. 또한 지역별 매출 특징을 보면 습니다. 2023년 반기 기준으로 1,983억 원을 국내에서 팔고 있지만 나머지는 다 해외 매출입니다. 아시아 지역이 2,375억 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서 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현재로서는 오스템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글로벌 2~3위 기업이 오스템을 탐낸다고 한다면 동아시아 권역 1위…. 요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유럽 775억 원 등이 더 늘일수록 오스템임플란트의 가치가 상승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빠른 시간 내에 급등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조달된 자금이 2.8조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금융비용만 따져도 부담이 됩니다. 우선은 100% 가까운 지분으로 상장폐지를 시킨 건 배당을 통한 자금 이용을 고려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도 3,792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배당금도 금융비용 절감에 활용이 될 것입니다.
횡령금에 대한 처리도 어느 정도 되었습니다. 그래도 자금확보를 위해서 추징이 필요합니다. 횡령에 대한 판결은 35년 형과 아직 환수되지 못한 1,100억 원에 대한 추징 명령입니다.
오스템이 사업보고서를 통해서 밝힌 향후 전략입니다.
[제품전략] 당사에서는 연구 개발을 통하여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안정성 및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과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여 덴탈 임플란트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당사의 주력 상품인 TSⅢ CA 의 경우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해외 법인망 및 딜러 등을 통해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상품전략] 당사는 세계적인 치과기기 제조업체인 독일 KaVo社의 수술용 모터를 도입하여 치과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를 계기로 동사와 국내 치과부문 총판계약을 체결하고 유니트체어, 핸드피스 및 세척기, 충치 진단기 등 주요 제품을 추가 도입 및 판매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치과 재료업체인 Ivoclar Vivadent社와 공급 ·판매 계약을 맺고 치과 치료 시 필요한 우수한 기자재를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세계 1위 치과용 구강스캐너 공급사인 3Shape社와 Trios 소프트웨어 국내 및 해외 판매 계약 체결을 통해 다양한 진료 분야에서 오스템임플란트의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육전략] 당사에서 운영하는 OIC연수센터는 치과용 임플란트 전문 임상교육 기관으로서 최고의 강사진과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고객인 치과의사의 치과용 임플란트 임상지식 습득과 완벽한 치과용 임플란트 시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OIC 교육과정은 국내 최대 최고의 치과용 임플란트 연수회로서 체계적인 연구와 축적된 노하우 및 최고의 강사진을 구비하고, 치과용 임플란트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해외법인 내에도 교육센터를 설립하여 매년 연수인력을 꾸준히 증가시켜 해외법인 매출증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구조적인 변화가 2023년에는 있을 것입니다. 사모펀드가 그냥 두지는 않을테니까요. 오스템이 주춤하면..............
2023년 반기까지의 오스템임플란트 재무제표를 보면, 낮아진 원가율, 약 2,600억 원을 추즉할 수 있는 영업이익 등 벌써 사모펀드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내년부터는 비상장사이니, 분기보고서를 볼 수 없습니다. 매출액이 얼마나 증가할지~ 해외 쪽에서 좋은 소식이 들릴지 궁금해 질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임플란트 1위 업체가 종적을 감추는 셈인데.....
이런 상황 속에 부차적으로 이득을 얻은 건 국내 2취 기업인 덴티움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 과정 속에서 임플란트 관련 주식은 모두 동반 상승하였습니다. 게다가 오스템의 상장폐지 이후 상장사로 남아 있기에 덴티움은 반사효과를 누릴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송강호를 모델로 TV 광고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B2B제품처럼 임플란트는 치과의사들이 구매하는 소비재이기 때문에 사실 그동안은 브랜드 광고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덴티움은 지금이 업계 내 인지도를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로 포착했네요.
실제로 2023년 반기 기준 덴티움의 매출액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분기에 1,000억 원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스템과 비교해 보면, 2022년 기준 3,558억 원입니다. 광고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오스템이 1조 원을 넘긴 것에 비해 아직 존재감이 작은 편입니다. 물론 오스템에 비해 작지만 이익률이 높은 강점을 보여왔습니다. 매출 원가율을 보면 오스템이 36~39% 정도였다면 덴티움이 26%로 굉장히 원가율이 낮습니다. 낮은 원가율은 임플란트 기업의 매력적인 요소인데 덴티움 매출액이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 1,257억 원, 35%의 높은 영업이익률 자랑합니다.
√오스템은 횡령액이 1,880억 원인데도 끄덕 없다는 데 놀랐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인데 대주주가 매각을 결정해 사건 1년만에 M&A 성사
√사모펀드의 고민은 규모 및 매출 확대 후 매각일텐데…. 몇 년 후가 될까요?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정말 전례 없는 금액과 어떻게 상장사가 저렇게 허술하게 내부통제를 했나....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끄떡 없는 회사입니다. 횡령 금액이 나간 후에도 넘치는 현금과 어떤 동요도 없는 매출액 등 이건 뭐....
사모펀드도 이런 상황을 면밀히 조사했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2~3배의 가치를 만들 자신감이 있었겠죠. 경영권 확보를 위한 51%에 머물지 않고, 주당 19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한 게 그 증거겠죠.
몇 년 뒤에는 알게 되겠지만, 오스템이 어떻게 변할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사모펀드는 어떤 절차를 밟을 지 궁금하네요. 벌써 글로벌 임플란트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 않을까요? 우선은 매출 상승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추측합니다.
※상기 내용은 FY22~23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조해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검토한 내용이오니, 간혹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저자 소개
지은이 이승환
회계사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회계와 재무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재무제표 읽는 남자’라는 필명으로 브런치, 아웃스탠딩, Zum금융 등에 기고하며 재무제표를 쉽게 보는 방법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취준생, 재무제표로 취업뽀개기』, 『핫한 그 회사, 진짜 잘 나갈까』, 『재무제표로 찾아낸 저평가 주식 53』 등이 있다. 아래는 글쓴이의 신간입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95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