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까지 트럼프의 입김이…
경기도 여주. 한적한 도심 외곽 산업단지에 자리한 공장, ㈜에너토크. 이름부터 에너지와 토크(동력)를 합친 이 기업은 소리 없이 40년을 버텨온 강소기업이다. 밸브를 열고 닫는 ‘전동 액추에이터’라는 듣기조차 생소한 부품 하나로, 국내외 플랜트 산업에 조용히 영업하던 곳.
주가 역시 조용해 코스닥 1000등 안팎이었던 이 기업이 지난주 갑자기 주식시장의 중심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원전 규제 완화와 산업 부흥을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다음 날 에너토크 주가는 상한가를 직행했다. 외신 속 트럼프의 “핫한 산업”이라는 발언 하나에, 여주의 무명기업이 하루아침에 주식시장의 신데렐라로로 떠올랐다.(물론 원전 대장주는 두산에너빌러티)
하지만 그 반짝임 이면에 이번에 발견되어 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도 좋은 기업인지 그 숫자 속에 감춰진 기업의 맥박을 하나씩 들여다 보자.
적자에서 벗어난 작은 반등
2024년, 에너토크는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연간 매출은 25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줄었고, 영업이익은 겨우 8,400만 원. 그마저도 전년에는 -8.8억 원의 적자였기에 ‘흑자 전환’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4.8억 원, 총포괄손익은 1.6억 원으로 플러스 전환되었다. 수치만 보면 초라하지만, 이는 철저한 비용 통제와 고정비 구조 재정비 덕분이다. 매출원가율은 2023년에 비해 소폭 개선되었고, 무엇보다 부채 총액을 56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줄이며 거의 무차입 경영 체제로 탈바꿈했다. 현금성 자산 47억 원을 확보한 점은, 이 기업이 내실을 다지며 리스크 관리에 성공했다는 신호였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소박하지만, 새로 투자한 유형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이익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줬다: 내부 역량 강화와 안정적 수익 기반 마련한 셈이다.
2025년, 성장은 여전히 작지만 진심은 선명하다
2025년 1분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시점에도 에너토크는 화려한 실적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매출은 64.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 줄었고, 영업이익은 2.4억 원으로 60% 이상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9억 원. 그러나 수익 구조를 분석해 보면 분명한 변화가 감지된다. 먼저,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대비 56% 늘어난 2.7억 원. 이는 전체 판관비 16억 원 중 핵심 비중을 차지하며, 기술개발을 통한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액도 8.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3.7%를 차지, 전년 대비 해외비중이 증가했다. 한국형 액추에이터의 글로벌 도전이 이제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주가의 진실, 숫자가 말해주는 가치
에너토크의 시가총액은 2025년 기준 약 825억 원. PER 기준으로 보면, 2024년 순이익을 적용하면 무려 170배, 2025년 연환산 이익 기준으로도 52배다. EV/EBITDA는 103배, PBR은 2배 가까이. 숫자는 명확히 말한다. 현재 주가는 내재가치보다 2~3배는 고평가되어 있다. 하지만 그 과열 뒤에는 분명한 기대가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 그 이상이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확산과 규제개혁은 새로운 밸류체인의 형성을 의미하고, 에너토크는 그 사슬의 작은 톱니일 수 있다. 물론 직접 설계·시공하는 두산에너빌리티처럼 핵심은 아니지만, 장비의 디지털화·스마트화에 필요한 액추에이터는 꼭 필요한 부품이다. 문제는 핵심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건데 미국이나 중동 쪽 수출이 늘어난다면 매출액이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작지만 강한 기업이 보여준 조직 전략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스톡옵션 제도다. 2025년 3월, 에너토크는 전체 발행주식의 10%에 가까운 97만 주를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으로 부여했다. 행사가는 5,760원. 핵심임원은 물론 생산직·기술직 사원에게까지 고루 배분되었다. 이 선택은 단순한 보상이나 세제 혜택을 넘어, 지방 중소기업이 사람에 투자하는 방식의 선언이었다. 내부구성원이 곧 자산이라는 믿음. 시총 800억짜리 회사가 80명 넘는 직원에게 지분이라는 동기를 부여한 사건은, 한국 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수도권 집중과 인력 유출을 이겨내려는 여주 기업의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에너토크는 어디로 갈 것인가
트럼프의 한 마디는 에너토크를 시장에 ‘발견’되게 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 기업이 그 전부터 조용히 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무차입경영, 꾸준한 R&D, 소규모 수출 확대, 인재에 대한 보상. 이 모든 것이 단기 테마주의 껍질 너머에 놓인 진짜 가치다. 물론 현재의 주가는 이 기업이 실현하지 않은 ‘기대’에 훨씬 더 많이 기댄다. 하지만 만약 이 기업이 다음 1~2년 안에 매출 300억, 순이익 20억을 만들어내고 수출을 30억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지금의 시총은 다시 숫자의 언어로도 납득 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 여주의 작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회색 상자 하나가, 거대한 에너지 지형을 바꾸는 한 조각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시작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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