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콴다과외, 말해보카
안녕하세요. 재무제표 숫자를 통해 기업의 속사정을 읽어주는 ‘재무제표 칼럼니스트'입니다. 오래전 정확히 2022년 12월에 팬심 가득 담아 김혜수 배우가 모델인 스타트업 회사 재무제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콴다과외]는 당시 빅모델 전략으로 김혜수 배우가 주는 신뢰감과 무게감은 '갓 론칭한 스타트업'에게는 단숨에 대중의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치트키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2024년까지의 재무제표를 뜯어보니 왜 우리가 더 이상 콴다(매스프레소) 광고에서 김혜수 님을 볼 수 없는지, 그 서늘한 이유가 숫자들에 적혀 있더군요. 한때 '김혜수'라는 거대한 엔진을 달고 날아올랐던 이 로켓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왜 이제는 그 화려한 왕관을 내려놓아야만 했는지 분석해 드립니다.
김혜수라는 '왕관'을 내려놓은 콴다, 생존을 위한 독한 다이어트
1. "매출보다 광고비가 더 많던 시절"의 종말. 불과 2~3년 전만 해도 우리는 TV와 유튜브에서 김혜수 배우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콴다"를 외치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때 회사의 기업 장부 재무제표는 어땠을까요? 정확히는 손익계산서입니다.
2021년의 광기: 당시 회사는 18억 원을 벌었는데, 광고선전비로만 무려 89억 원을 썼습니다. 매출의 475%를 광고에 쏟아부은 셈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정도가 아니라, 배꼽이 집채만 했던 시절이죠. 이때가 바로 김혜수라는 빅모델 전략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2024년의 재무제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2024년의 현실: 매출은 186억 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광고선전비는 3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매출 대비 광고비 비중이 475%에서 18%로 급감한 것입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회사는 더 이상 톱스타의 이미지를 빌려 올 '현금 체력'이 없습니다. 아니, 이제는 그런 방식의 마케팅이 회사 생존에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김혜수 님을 모델로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재무적으로 '못 쓰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죠.
2. 성장통? 아니요, 생존을 위한 '마른 수건 짜기'. 재무제표상 긍정적인 신호는 분명 있습니다. 2020년 5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4년 186억 원으로 37배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성장의 이면에는 뼈아픈 적자가 깔려 있습니다. 영업손실의 흐름은 부담이 됩니다. 2022년: -351억 원 (적자 정점), 2024년: -153억 원 (적자 축소) 그러나... 적자 폭을 절반 이하로 줄인 것은 칭찬할 만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1년에 150억 원씩 까먹고 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건비와 광고비의 통제입니다. 회사는 지금 '성장'보다는 '생존'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빅모델을 기용해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당장 내달 직원 월급과 서버비를 감당하며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는 게 급선무가 된 것입니다.
3. 로켓의 연료가 떨어져 간다 (유동성 위기) 제가 이 재무제표를 보며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현금 곳간'입니다. 남은 돈: 2024년 말 기준, 회사가 당장 융통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약 93억 원 수준입니다. 갚아야 할 돈: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64억 원입니다. 새어 나가는 돈: 영업활동으로 매년 약 150억 원이 빠져나갑니다.
단순 계산해 봐도 계산이 서지 않습니다. 갚을 돈 갚고 나면 남는 돈은 30억 원 남짓인데, 회사는 숨만 쉬어도 매달 10억 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2025년 상반기 내에 대규모 투자를 받지 못하면 회사는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는 '데드라인'에 서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빅모델 계약? 그것은 재무 담당자(CFO)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치일 것입니다.
4. 총평: 화려한 연예인 대신 'AI 기술'을 택하다. 매스프레소(콴다)의 재무제표에서 흥미로운 점은 광고비는 줄였지만 '외주용역비'는 74억 원으로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김혜수라는 '이미지' 대신, AI 기술 고도화라는 '본질'에 돈을 쓰기로 결정했다는 뜻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혜수 배우를 모델로 쓰지 못하는 이유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과거의 콴다는 "우리 이렇게 유명해!"라고 소리치기 위해 김혜수 님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콴다는 "우리 이제 돈 벌 수 있어, 살아남을 수 있어!"라고 투자자들에게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 콴다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TV 광고가 아니라, 깐깐한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흑자 전환의 청사진'과 '긴급 수혈(투자금)'입니다. 김혜수 님이 떠난 자리에 남은 건, 차가운 현실과 치열한 생존 본능뿐이네요. 팬으로서 아쉽지만, 이 회사가 이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언젠가 다시 당당하게 톱스타를 기용할 수 있는 탄탄한 기업이 되기를, 재무제표 너머로 응원합니다.
사실 그리고 이 회사를 다시 살펴본 계기는 최근 비슷한 경우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해보카>로 지금 한창 <콴다과외>처럼 모델 전략을 펼치고 있는 (주)이팝소프트입니다. 최근에 비비를 모델로 쓰고 있으며, 얼마 전 경제유튜버 슈카월드에도 광고비를 집행하더군요. 스픽 등 영어 관련 AI 어플이 최근 무지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치킨싸움이죠. 이팝소프트의 재무제표는 2024년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2024년 재무제표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매출 2배 폭등, 그리고 감격의 '흑자 전환'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놀라운 매출 성장세입니다. 매출액(영업수익): 2023년 약 120억 원에서 2024년 22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 2023년 -28억 원의 적자에서 2024년 1.2억 원의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당기순이익: 이자수익 등이 더해져 최종적으로 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매출만 늘린 것이 아니라, 이익을 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들이 흔히 겪는 '외형만 크고 실속 없는 성장'이 아니라, 수익성을 동반한 질적 성장을 이루어냈음을 숫자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비용 분석을 하지만 "벌어들인 돈의 절반은 광고로 쓴다"입니다. 이익을 냈지만, 영업이익률(약 0.5%)은 아직 매우 얇습니다. 그 이유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있습니다. 광고선전비: 2024년에만 무려 107억 원을 썼습니다. 이는 전체 매출(220억 원)의 약 49%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그래도 2024년엔 효과를 봤습니다. 그렇다면 2025년은 더욱더~ 게다가 지급수수료는 지속적으로 나갑니다. 앱 마켓(구글/애플) 수수료 등으로 추정되는 지급수수료도 50억 원이 지출되었습니다. 영어 관련 AI 앱은 성능 보다 이제는 이미지가 더 생존의 관건이 된 건 아닌지 싶습니다.
[재무제표 칼럼니스트의 인사이트]
콴다의 사례처럼 처음엔 빅모델 전략을 시도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사실 그 모델 전략은 어쩌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후크였을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급격한 매출성장률을 바탕으로 아무리 적자가 나더라도 시장을 내가 독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콴다가 걸었던 길은 딱 그 모습입니다. 투자자가 EXIT를 하기 위해서는 이젠 흑자 전환 그리고 IPO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무척 쪼임을 당하겠죠. 새로운 진입자인 <말해보카> 역시 비슷한 길을 걷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광고가 실력과 이미지를 높이는 게 아니라 필요한 자금을 대규모 조달을 위해서는 ‘희망’을 더욱더 확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제 판단이 틀릴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숫자가 보여주는 트레킹은 콴다의 기록이 말해보카의 앞날을 말해주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