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알면 기업이 보인다(26)
재무제표로는 현재 상황이 전혀 이해 안 되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러면 망하는데…. 아닌가? 그 중에 하나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SOC(사회간접자본) 회사입니다. 도로·항만·공항·철도 등 교통시설과 전기·통신, 상하수도, 댐, 공업단지를 맡고 있는 회사입니다. 공공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적자가 나도 운영되어야 하는 것들이죠. 이익을 쫓는 민간기업 원칙에 따르면 운영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민자유치를 통해 건설된 경우엔 좀 다릅니다. 정부 보조금도 받고, 시설이 지어질 곳에 대한 각종 혜택도 받습니다. 그것까지 계산해 이익을 추정합니다. 만약 적자가 난다면 투자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두산건설을 비롯해 대림산업, 대우건설, 동부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참여해 신분당선주식회사를 설립합니다. 이후 서울 강남과 수원시 광교역을 잇는 복선 전철을 2011년 개통합니다.
주주 현황은 건설사와 한국산업은행인데 두산건설㈜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주주현황 아래 주석이 달려 있는데 건설출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은 모두 담보로 제공되어 있다고 합니다. 차입금(장∙단 합계)이 8,400억 원 정도네요.
신분당선주식회사는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으로 건설된 민자철도입니다. 민간사업자가 직접 건설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는 대신에 일정기간 위탁경영권을 갖습니다. 신분당선은 최소운영수입보장 계약을 정부랑 맺었다고 합니다. 만약 매출액이 예상 매출액의 50% 이상 넘으면 정부 보조금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이후 통행량 등 예측을 빗나가 정부 보조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적적자는 지속되는데….
* BTO(build-transfer-operate) :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일정기간 직접 시설을 운영해 민간사업자가 사업에서 직접 수익을 거두는 방식 / 건설(build) → 이전(transfer) → 운영(operate)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방식을 말한다. 민간 사업자가 직접 시설을 건설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일정기간 사업을 위탁경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즉, 민간자본은 일정기간 사회기반시설의 운영권을 갖고, 소유권은 정부나 지자체가 갖는 것이다. 정부가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민간투자법을 개정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대상 시설은 자체 운영수입이 가능한 시설인 고속도로, 항만, 지하철 등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지만, 수요에 따라 수익률이 변할 수 있어 사업 리스크가 높다.
자산총계가 7,250억 원인데 신분당선 강남↔정자 사이 자산이 이 정도뿐인가? 싶습니다. 땅과 시설은 서울시 소유라서 그런가요? 자산항목 중에 제일 큰 것이 무형자산입니다. “회사의 중요한 개발 무형자산은 신분당선 전철의 관리운영권으로 존속기간은 2041년 12월까지 23년입니다.” 재미있는 항목이 정부보조금입니다. 관리운영권의 가치가 1.2조 원 정도 되나 정부보조금(상환 의무가 없는)을 6,908억 원을 이미 받았으니 운영권에서 차감하여 무형자산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손익계산서 매출액이 873억 원입니다. 원가율이 94%로 높은 편인데 영업이익이 2018년에는 28억 원 났습니다. 하지만 매년 360억 원 이상 되는 금융비용(은행이자)를 내고 있다 보니 당기순이익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610 → -342 → -558 → -337 당기순이익 적자로써 자본항목의 결손금이 4,627억 원이나 됩니다.
2015년에도 걱정스럽게 이 회사를 살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상황이 어려운 편이었습니다.
신분당주식회사 최근 기사를 찾아보니 ‘정시성’(제 때에 도착하는) 평가 점수에 관한 기사가 검색됩니다. 그런데 재무제표를 보면, 이거 곧 멈추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감사보고서 상으로 적정이지만 ‘강조사항’에는 계속기업존속능력 의심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영업손실이 -218억 원이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신분당선은 2011년 개통되어, 저 역시 매일 아침마다 잘 타고 다니는 지하철입니다. 간략한 재무정보를 살펴보면 2014년 기준 자산 8,097억 원 / 부채 8,764억 원 / 자본 -667억 원입니다. 매출액 560억 원이나 매출원가가 768억 원이니 기본적으로 영업손실이 나는 구조입니다.
영업손실이 2011년(-197억 원) → 2012년(-446억 원) → 2013년(-352억 원) → 2014년( -218억 원)으로 줄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알다시피 신분당선은 민자유치로 건설된 지하철입니다. 신분당선을 설계할 때 검토했던 수익이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민간기업이 그냥 무턱대고 들어올 리가 있는가!”
관리운영권이라고 주석 15번을 보니 예상운영수입에 미달하면 정부보조금을 10년간 받기로 약속을 받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특약사항에 실제 수입이 예상 수입의 50% 미만일 경우에는 보장해 줄 수 없다로…..
그 외에도 신분당선주식회사 입자에는 안 좋은 내용도 주석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패소한 소송 내용을 [주석 14-5)]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전철연계승객 관련 소송(1,242백만원) 패소
http://news1.kr/articles/?2246052
실제로 비슷한 상황인 의정부 경전철은 파산선고를 했다고 합니다. 두산건설이 신분당선 지분을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무료 이용객에 관한 소송, 지하철요금을 올리려는 계획도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용객이 적지는 않습니다. 출퇴근 때마다 거의 낑겨 다닙니다. 뭐 최초 예상 승객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328384
지하철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인프라는 경제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의사결정이 작용합니다. 수익이 나질 않더라도 향후 개발과 시민편의를 위해서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자가 투자된 경우에는 손실을 보존할 국고보조금을 무조건 줄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다간...., 현명한 결론이 나길 바랍니다. 재무제표 속사정은 힘들지만, 타고 다니는 시민에겐 신분당선 정말 좋거든요. 분당에서 강남까지 20분!!!
http://www.newspim.com/news/view/20171127000194
※상기 내용은 FY18~14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 기준이며,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만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리뷰한 것이오니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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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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