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알면 주식이 보인다(4)
[2016.10.11 #기록1] 2016년 10월에 ‘손오공’ 재무제표를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글로벌 완구1위 업체가 국내 기업을 인수한다는 뉴스가 관심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마텔이 손오공의 지분 11.99% 사는 거래(139억 원)는 ‘마텔에게 다소 불리한 조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손오공은 터닝메카드*라는 히트상품으로 전에 없는 높은 영업이익과 인기 폭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맘에 걸리는 단 한가지 이유는 터닝메카드의 제조사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 손오공과는 특수관계자라서 한 몸이지만, 엄격히 말해 손오공은 터닝메카드의 유통社이기 때문입니다. 매각이 결정되고 손오공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5,000원 → 9,000원까지 뒤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난 3년을 짚어 봅니다.
*터닝메카드는 2014년 하반기에 출시된 대한민국의 장난감 제품 군으로, 초이락컨텐츠팩토리에서 개발생산하였으며, 손오공이 유통을 맡았다. 2014년 8월 26일 손오공의 사업설명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로봇과 미니카, TCG를 결합한 것이며, 미니카가 카드와 결합하여 변신하는 기술로 대한민국 특허청에 특허를 등록했다. 관련 애니메이션 작품 및 게임 등으로 미디어 믹스를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 밖에서의 유통 및 전개는 미국의 마텔 사에서 맡고 있다. 이는 2016년에 마텔이 손오공과 협력관계를 맺고, 손오공의 주식 중 12%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데에서 비롯한 것이다.
대부분 손오공이라는 완구업체가 생소하시겠지만, 2015~2016년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두었던 엄마, 아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2014년 하반기에 출시된 손오공의 터닝메카드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불현듯 나타난 신생업체는 아닙니다. 손오공은 헬로카봇도 만든 1996년부터 완구사업을 해온 오래 된 회사입니다. 그렇지만 세간에 ‘손오공’이라는 회사를 알린 것은 터닝케카드입니다. 2014년 터닝메카드의 출시는 손오공에게 터닝포인트를 만들었습니다.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새 모델이 출시되면 줄 서서 사는 장난감으로, 레어 아이템이 있고, 쉽게 살 수 없는 장난감이었습니다. 이후 공중파 TV만화로도 제작되었고, 터닝메카드 챔피언쉽이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손오공은 터닝메카드가 나오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12~2015년 재무제표를 보면 FY15’ 재무제표 기준 손오공의 자산총계는 543억 원 / 부채 270억 원 / 자본 272억 원입니다. 2015년 매출액이 1,191억 원으로 매출성장세가 14년 이후 개선되어 흑자전환 89억 원을 기록합니다. 2012~2014년 내리 적자였습니다. 적자가 쌓여서 결손금이 494억 원까지 기록했습니다. 어려웠던 손오공입니다. 사실상 거의 벼랑 끝에 섰던 손오공을 기사회생시킨 게 바로 터닝메카드입니다.
그런데 왜? 손오공의 대주주는 이 시점에서 회사 대주주의 위치를 외국계 기업에 매각했을까요? 재무제표에서 2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6년 양수도체결 공시를 보면 11.99% 대가로 140여 억 원을 받습니다. 주당 5,316원으로 그 시점에 손오공의 주가는 5,000원 대. 물론 앞으로 손오공이 더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겠지만, 프리미엄이 없더라도, Big Deal 이룰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났고, 현재가치에 가장 가깝도록 넘긴 셈입니다. 또 한 가지 완전히 터닝메카드를 다 넘긴 게 아닙니다. 주석30번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보면, 손오공에 완구를 제조해 넘기는 특수관계자 ㈜초이락컨텐츠팩토리가 있습니다. 최대주주 친인척이 소유하는 이 회사는 손오공에 제품매입 733억 원의 거래와 매입채무 159억 원의 거래가 있습니다.
“마텔과 손오공의 거래에 관련된 기사를 보면 마텔이 먼저 지분 인수를 요청했고, 손오공은 마텔의 제품을 국내 유통시키는 역할을 맡는다고 합니다. 히트상품인 터닝메카드의 국내 유통권은 손오공이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 주목) 글로벌 판권은 최대주주인 최신규 회장이 별도로 설립한 ‘초이락컨텐츠팩토리’가 갖고 있다고 합니다.”
[2016.10.11 #기록2] 어제오늘 손오공의 주가는 급등세입니다. 2014~2015년 엄마아빠들이 줄 서서 터닝메카드를 사고, 터닝메카드 시합장이 생겨도 오르지 않던 주가였는데…. 손오공이 마텔에 팔린다니 기대감이 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고 봅니다. ‘마텔이 대주주가 된 이상 손오공이 터닝메카드뿐만 아니라 마텔의 바비인형, 핫휠 등을 유통시킬 수 있다.’ ‘이는 곧 매출상승과 수익증대로 연결된다.’로 전망할 수 있지만, 그것 만으로 주가의 단기 급등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제 현재로 돌아와 볼까요? 2019년 10월, 3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손오공은 여전히 완구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제작 및 판매업과 게임소프트웨어의 제작 및 판매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습니다. 대주주는 Mattel Marketing Holdings, Pte. Ltd. 11.99%으로 그사이 지분 변동이 없습니다. 기타 소액주주 83.05%( 16,222명)입니다.
손오공 인수 후 마텔의 경영진은 실망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2016년 10월 이후 결산된 FY2016 연결재무제표 기준 손오공의 자산총계 814억 원, 부채비율 160%입니다. 재무상태는 그렇다고 치지만, 손익이 탐탐치 않습니다. 어찌하였든 인수 후에 더 좋은 경영실적을 내심 바라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그 해의 결과는 매출액 1,293억 원에 영업이익 37억 원에 불과합니다. 그 전년도인 2015년 영업이익 104억 원에 비하면 초라합니다. 1년 뒤에는 ‘허걱’ 합니다. 2017년에는 -118억 원의 대규모 적자가 납니다. 마텔이 대주주가 되자마자 바로 적자가 났습니다.
그 이듬해인 2018년에는 9억 원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합니다만 매출액이 991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1293억 원(2016년)에 비해 23% 하락입니다. 2019년 올해 반기까지 358억 원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대략 추정을 해보면 44% 이상 매출액이 감소한 꼴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아이들이 터닝메카드를 예전만큼 사지 않나 봅니다. 손오공은 공룡메카드, 빠샤메카드 등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하지만 2015년만큼의 열풍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재무제표 상으로 이유를 찾자면 2017년 매출원가가 급등합니다. 80.4% → 90.2% 리드 글에서 언급했던 원래는 한 집이던 특수관계자 제조사인 ㈜초이락콘텐츠팩토리가 연관되지 않을까요? 지금도 지분관계가 있더라도 이제는 유통사(손오공)과 제조사(초이랑콘텐스팩토리)로 엄연히 다른 회사입니다. 갑-을 관계입니다. 동반자이긴 하나 손오공의 매출 원가 상승, 매출 규모 감소와 같은 경영상황 악화에 초이락콘텐츠팩토리가 전과는 조금 덜 적극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오공 (1,480원▼ 20 -1.33%)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매매 계약 종결 일자를 맞아 급등하고 있다. 16일 오전 9시 26분 현재 손오공은 전날보다 11.08%(730원) 오른 7,320원에 거래되고 있다.”
회사가 좀더 괜찮은 대주주를 맞이하게 되면, 그 사실만으로 주가의 흔들림이 있습니다. 하지만 잘 따져 봐야 할 것은 본질적인 가치입니다. 손오공은 마텔의 인수 이후 주가하락을 보였습니다. 최근 주가 1,475원의 시가총액 397억 원으로 시장가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장의 평가가 얼마나 냉정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얼마 전 손오공은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손오공은 -471억 원 자본결손 중입니다. 기존 주주의 83%가 소액주주입니다. 유상증자는 구주주 대상이었고 청약률이 70.6%라고 합니다.
유상증자가 어떤 경우에는 회사의 대규모 투자와 미래비전과 맞물려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야 무엇이든 회사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손오공의 재무상황에 비춰 상대적으로 초이락콘텐츠팩토리는 어떤지 재무제표를 살펴 봤습니다. 여기도 2017~2018년 적자입니다만 자산과 매출액 규모가 꽤 많이 성장했습니다. 아이들 완구회사라고 깔 볼 게 아닙니다. 만화영화, 캐릭터 등 콘텐츠가 좋으면 엄청난 이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손오공과 초이락콘텐츠팩토리, 동반자인 2개 회사가 향후 어떤 시너지를 낼지 지켜볼 일입니다.
※상기 내용은 FY19~14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 기준이며,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만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리뷰한 것이오니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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