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알면 기업이 보인다(40)
“저 펭귄 뭐야~ 안에 있는 사람 디게 잘 살린다” 이러면 ‘순삭’(순간삭제)~ 각입니다. 자이언트 펭귄 펭수는 2019년 EBS가 낳은 히트 캐릭터입니다. 아이들 보다 20~30대 직장인에게 더 인기가 높습니다. 펭수가 출연하는 Youtube 구독자가 이미 137만 명을 넘었습니다. 펭수가 손 데는 건 다 잘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출간한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나오자 마자 예약 판매 1위를 찍었습니다. 가히 펭수 심드롬입니다.
펭수에 관하여
이러니 다들 펭수랑 관련된 게 뭔지 찾습니다. 주식 투자자들이 펭수 관련주, 펭수 수혜주를 찾는 거죠.
한 달 전쯤 유엔젤 주가가 쭈욱 올랐습니다. 펭수 관련주라고 소개되었기 때문입니다. 뭐가 연결고리인가요? 유엔젤은 1999년 7월에 정보통신관련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의 기획과 개발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1999년 7월 22일자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확인을 받았으며, 2003년 7월 1일자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주권을 상장하였습니다. 현재 대주주는 5.48%의 박지향 씨입니다. 그 다음으로 유엔젤복지기금 6.21%, 자기주식 12.98%입니다.
이 회사의 사업영역을 보니 스마트러닝 “유아교육솔루션, 홈스쿨링 놀이학습, 스마트 알림장” 분야가 있습니다. EBS 펭수와 연관 짓자면, 딱 이 사업뿐입니다. 이게 주력 사업일까요? 사업 비중은 매출액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엔젤의 주력 사업은 정보통신 분야입니다. 지난해 매출액 335억 원의 대부분이 유무선 통신사업자용 네트워크 시스템 개발과 무선인터넷 사업에서 나왔습니다. 주석5번 영업부문에서 주요 고객이 SK텔레콤, KT, SK브로드밴드 등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아시아, 북남미)에도 수출까지 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인도네시아에 통신 부가서비스 종속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17억 원 규모의 Telkomsel SCP Modernization 공급계약 (SUPPLY CONTRACT of SCP for VAS Service Enhancement 2019)을 맺었다고 공시도 했습니다.
이거 점점 펭수랑 멀어지는데요.
어째든 회사는 어떤 상황인지 전반적인 재무상태를 살펴 보겠습니다. 2019년 3Q까지 자산총계 465억 원, 부채비율 25%, 단기차입금 41억 원 정도로 재무상태는 건전해 보입니다. 그런데 손익은 영업이익 -32억 원, 당기순이익 -35억 원 적자입니다. 전반적으로 자산도 매출액도 힘이 빠지는 모양입니다. 매출원가율도 상승하고 있으며, 판매관리비가 들쭉~ 날쭉하게 지출되고 있습니다.
유엔젤은 통신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새로운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사는 모바일 네트워크, 사물인터넷, 유무선 컨버전스 서비스 및 유아교육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당사가 영위하는 산업의 특성과 성장성, 경쟁요소 등은 사업의 내용, 사업의 현황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상기 사업 분야를 해외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해외 진출 사업이 진행되려다, 살짝 문제가 되어 진척이 없는 사항도 주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기말 현재 지배기업이 피고로 계류중인 소송사건은 1건이며, 소송가액은 R$23,000천입니다. 2012년에 브라질 VIVO사와 통화연결음 서비스 사업 투자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2017년 중 2심 판결에서 해당 기술의 복잡성과 배상액 산정근거의 불충분 등의 이유로 파기 환송되어 당기말 현재 1심 재판에서 재심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R$23,000천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66억 원 규모입니다.
경영진 구성을 보니 대주주 말고 전문 경영진이 대거 포진되어 있습니다. 현 유지원 대표는 유엔젤의 20년 이상 근무하신 분이고, 상위 임원 4분이 모두 장기 근속자이십니다. 대주주는 2017년에 최대주주 별세로 상속 받았습니다. 현재 지분구조(유엔젤복지기금, 자기주식 등)가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오너 경영과 달리 보통 전문경영인 체제는 회사가 어려울 때 과감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유엔젤이 펭수 수혜주로 거론되는 이유는 2017년 EBS와 보유 콘텐츠의 활성화를 위한 MOU를 맺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펭수 관련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회사라는 거죠. 그런데 2017년은 이 회사의 대주주가 급작스럽게 변경된 시점입니다. MOU 맺은 전후로 관련 사업의 진척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이후 회사가 신규 사업에 투자하거나, 새롭게 진행되는 듯한 모습은 재무제표에서 찾기 힘들었습니다.
펭수랑 연관지어 이름이 오르내릴 때,
만약 발 빠르게 펭수의 “에헴 엣헴” 사운드로 통화 연결음이라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요?
제3자나 할 법한 상상력입니다. 현실성이 없고, 실제 회사에서 보신다면 코웃음 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개인 투자자나 증권가의 관심은 사실 거품처럼 뜬금 없이 찾아 왔습니다. 펭수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참치 관련 회사를, 펭수랑 마케팅 계약을 맺을 과자회사, 굿즈 만들 수 있는 회사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해당 회사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킵니다. 어떨 때 이유도 논리도 별로 없는데 그냥 엮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만 보고 회사의 경영방향을 확 틀 순 없습니다.
하지만 어떨 땐 실행력이 성공을 부르기도 합니다. 펭수 신드롬을 받아서 재빨리 사업화로 실행시킨 건 지금까지는 다이어리가 유일한 듯싶습니다.
다시 곰곰이 유엔젤 재무제표를 살펴 보니, 2018년에는 어느 정도 투자의 여력은 있어 보였습니다. 부채비율도 낮고, 현금 유동성도 있습니다. 근데 2019년 들어 오니 2018년 기말의 현금및현금성자산 186억 원이 어디로 갔는지 줄었고, 매출액도 대폭 축소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현재 대주주나 경여진이 이런 신기루 같은 기회에 드라이브를 걸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펭수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 섣부르게 나서다가…. 기존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실 그게 현명한 경영판단입니다. 미래는 불확실하죠.
한 가지 분명한 건 유엔젤 주식투자자 중에는 억지로라도 연결 짓고 싶은 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펭수는 별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ㅎ
※상기 내용은 FY19~14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 기준이며,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만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리뷰한 것이오니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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