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알면 기업이 보인다(40)
넷플릭스 때문에 ‘구독경제’라는 말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어 갑니다. 처음에 몇 달만 하고 끊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매일 쓰고 있더라고요. 끊임 없이 제공되는 콘텐츠에 헐~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영화, 미드, 카툰 심지어 최신 드라마까지 넷플릭스는 글로벌 회사로 전 세계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유통시키는 회사입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플랫폼이라면, 콘텐츠를 생산∙제공하는 쪽은 누구일까요? 우리나라 드라마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만드는 곳이 여러 개 있겠지만, 최근 CJ ENM의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합니다.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자가 손을 잡을 것이죠.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도 올랐습니다. 시장은 이번 제휴가 스튜디오드래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응했네요. 근데 궁금하네요. 스튜디오드래곤은 어떤 이유로 제휴를 맺게 되었을까요? 스튜디오드래곤 재무제표에서 답을 한 번 찾아보고자 합니다.
▶회 사 명: 스튜디오드래곤
▶회사개요: 스튜디오드래곤 주식회사(이하 "지배기업")는 2016년 5월 1일자로 씨제이이앤엠 주식회사의 드라마사업부문이 물적분할되어 설립되었고, 지배기업의 주식은 2017년 11월 24일자로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었습니다. 지배기업의 정관에 의한 발행할 주식의 총수는 500,000,000주(1주의 금액: 500원)이며, 2019년 9월 30일 현재 자본금은 14,048백만원(발행주식수: 28,095,260주)입니다.
▶최대주주: (주)씨제이이엔엠 71.19%. 2019.9.30 기준
FY19 3Q 가장 최근 스튜디오드래곤의 자산총계는 5,845억 원입니다. 자산 중에 38.7%가 무형자산입니다. 드라마 만드는 회사답게 콘텐츠 가치가 회사 자산 중에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급한 마음에 뒷장 무형자산 주석부터 찾아 봅니다.(가끔은 순서 무시하고, 보고 싶은 것부터~) 영업권, 상표권, 그래 역시 판권, 전속계약금 등이 무형자산 항목입니다. 이중에 판권 348억 원, 전속계약금 153억 원입니다. 드라마 만드는 회사의 핵심 무형자산일 것입니다. 근데 무형자산 항목 중에 건설중인자산 854억 원이 있습니다. 건설사라면 당연히 건축물이겠지만 이 회사에게는 크랭크인 들어간, 지금 만들고 있는 ‘드라마 혹은 예능 콘텐츠’일 것입니다.
자산항목 중에 선급금으로 432억 원이 잡혀 있습니다. ‘선급금’이란 상품, 원재료 등의 매입을 위하여 선지급한 금액. 상품, 원재료이거나 매매계약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미리 대금의 일부를 지급한 계약금•착수금입니다. 이 금액은 스튜디오드래곤이 드라마 제작을 위해서 계약 맺은 협력사에 준 돈입니다. . 2018년 141억 원 → 2019년 3분기 432억 원. 금액이 커진 걸로 봐서는 드라마 착수가 늘었다는 이야기네요.
부채비율이 36%에 불과하니 부채 쪽은 볼 게 별로 없습니다. 은행 차입금도 거의 없습니다. 낮은 부채비율의 원인은 빚이 없는 탓도 있지만 자본 쪽 원인이 더 큽니다. 자본총계가 4,306억 원이고 분할 된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이 3,201억 원이나 됩니다. 어떻게 유상증자가 이뤄졌지? 여하튼 시작할 때부터 탄탄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출발했습니다.
위에 설명한 자산항목의 선급금과 연관된 부채가 있습니다. 제가 쓴 책에서 좋은 부채로 소개한 적이 있는데 ‘선수수익’입니다. 빚은 빚인데 고객한테 미리 받은 돈입니다. 학습지, 교육서비스의 경우 한 달 학원비, 수강료를 미리 받지만, 아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재무제표에는 부채항목 ‘선수금’으로 표시합니다.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방영권, 콘텐츠, 라이선스, 서비스 등의 매출을 계약을 통해 제공하기 때문에 아직 다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았지만 미리 돈부터 받은 게 있습니다. 이는 계약부채로 ‘선수수익’으로 표기합니다. 2018년 400억 원 → 2019년 3분기 596억 원으로 선수수익이 늘어 나 있습니다. 부채임에도 약속된 매출이 있다는 긍정적인 증거입니다.
2018년 기준 매출액 3,796억 원. 영업이익 399억 원, 당기순이익 358억 원, 2019년 3분기에 이미 매출액은 전년과 비슷하게 달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매출원가가 85~87%에 달해 제가 기대했던 콘텐츠 기업의 높은 이익율과는 달리 10% 정도로 영업이익이 나고 있습니다. 물론 10%도 나쁜 것은 아닙니다. 매출원가가 뭐가 많이 들어서일까? 주석을 보니 매출원가 3,240억 원. 그 중에 제작원가가 57%인데 그 외에도 무형자산상각비(749억 원), 지급수수료(368억 원)가 꽤 큰 금액으로 들어갑니다. 모든 드라마가 다 히트를 치는 것은 아닙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야심 차게 만들었던 태왕사신기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만들었던 것 중에서 자산가치가 없어지면 재무제표에서 지우는 ‘상각’을 해야 합니다. 대규모 제작비를 들어서 만들었지만 인기가 없으면,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재방’조차 하기 힘듭니다. 요즘은 콘텐츠 소비가 다양한 매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을 높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매체파워에 의존해 공중파에 틀면 인기가 더 있지도 않습니다. 매체보다 콘텐츠의 힘이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CJ ENM이 갖고 있는 방송채널 tvN이 최근 드라마로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매체환경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 현금흐름까지 체크를 해보면 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이 아직은 적자입니다. 발생주의로 작성되는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숫자와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분할 이후 계속 흑자인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계속 마이너스입니다. 아직 판권의 증가(1,326억 원) 등으로 현금이 나가는 게 많습니다. 이처럼 손익계산서에 이익이 난 것으로 표시되지만, 실제 현금흐름은 차이가 날 때는 이유를 정학히 알아 두어야 합니다. 흑자면 현금흐름도 흑자인 것이 가장 올바른 재무제표입니다. 물론 아시겠지만 현금흐름표는 현금주의로 작성될 뿐만 아니라 손익의 영업 외 현금 숫자가 다 포함하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게 좋습니다만, 스튜디오드래곤은 아직 현금흐름까지 개선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스튜디오드래곤의 상태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말의 현금을 보면, 여유롭습니다.
2016년 5월 1일자로 물적 분할 되었기 때문에 연속된 숫자를 구할 수 있는 재무제표가 2016년~2019년 3분기까지입니다. 회사가 분할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숫자로는 무 자르듯 ‘싹둑’ 자르기 쉽지만, 사무실이나 회사 직원들을 갈래 내기란…. 어째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빠르게 분할 이후에 사업 재편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분할 전부터 CJ ENM은 공격적인 드라마사업부 전략을 펼친 것으로 압니다. 공중파의 유명한 PD를 영입하고, 새로운 시도와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스타PD가 나영석PD입니다.
연예인보다 PD 나영석이 속한 회사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4251430366604?did=NA&dtype=&dtypecode=&prnewsid=
요즘은 예능제작 PD들도 몸값이 대단히 높다고 합니다. 전속계약금을 주면서 거의 연예인 모셔오 듯이 스카우트합니다. 그런데 그럴 만도 한 게, 전통적으로 콘텐츠가 소비되던 환경이 전지개벽으로 바뀐 지가 오래기 때문입니다. TV만이 영상물을 소비하는 장치가 더 이상 아닙니다. 앉아서 보지도 않습니다. 움직이면서 보거나, 실시간으로 보거나, 본방사수는 오래된 개념입니다. 그에 맞춰서 웹드라마, 5분 형식의 짧은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지만, 예능만큼 ‘짤’을 만들기 쉽고, 잘 소비되되기에 드라마가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아예 없어지는 콘텐츠는 아닙니다. 다만 대형화 되고, 좀더 단시간에 여러 군데 써 먹힐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류가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 번 히트친 드라마를 외국에 판권을 수출하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자꾸 써먹는다면 국내에서 유선방송 재방하는 거보다 더 높은 이익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스튜디오드래곤의 최근 행보는 이런 드라마, 예능 등 모든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들의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드라마사업부를 1개 회사로 만들고, 그 회사에게 우선 가진 영상 콘텐츠 판권을 몰아 줍니다. 그리고 마치 신약을 만드는 제약회사가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찾듯이, 넷플릭스와 제휴를 합니다. 또한 미국 현지 법인까지 세웠습니다.
첫째는 가진 콘텐츠를 더욱 다양하게 사용할 기반을 마련합니다. 기존에 가진 오래된 한국 드라마도 미국식으로 다시 풀어내 리메이크 시도를 더 할 것입니다. 판권만 파는 게 아니라 직접 미국식으로 다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둘째, 국내 말고 전세계로를 바라 보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국내 흥행에는 실패한 태왕사신기는 전세계 시청자를 염두해 두고 만든 드라마입니다. 직접적으로 이번에 넷플릭스와 지분 관계를 맺는 이유는 글로벌 콘텐츠 유통의 길을 만들려는 전략입니다. 넷플릭스와 유사한 디즈니 플러스 등 콘텐츠 유통자들의 시장 경쟁이 거세질 때, 유력한 지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가진 지적재산권(콘텐츠 파워)를 더욱 더 높여야 하겠죠.
한류 IP(지적재산권)의 최강자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67682
이미 증권사들은 이런 스튜디오드래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목표 주가를 올리고, 좋은 기대를 반영한 보고서를 낼 분위기입니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지금의 주가 상승에 더 여력이 있을지는 고민해 봐야 합니다. 시장은 이미 이런 사실을 스튜디오드래곤 가격에 반영했고, 더 이상 그 가치에 거품을 내는 투자자들이 사라지면 가격은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기대심리에 의한 주가 상승의 정점을 지난 것이 아니냐는 말이죠!
또 하나는 열심히 드라마 만들고 판권 계약해도, 시장 환경 상 넷플릭스와 같은 유통 플랫폼사가 더 이익을 내는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늘 생산자 보다는 유통의 파워가 높습니다. 지금은 잠시 시장 경쟁구도가 그렇습니다만, 글로벌 콘텐츠 유통사가 안정화되면 콘텐츠 생산자는 자기들끼리의 경쟁도 이겨내야 합니다. 결국 높은 기업가치를 확보받는 건, 대박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항상 있어야 합니다. 만들어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요즘 시대는 개인들도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그 영향력도 무시 못하니까요. 왜 유투버가 모두의 선망이 되는지 아시잖아요.
오늘은 넷플릭스와 전랴적 제휴, 그리고 새로운 영상 콘텐츠의 기획, 그 환경의 글로벌화, 발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움직임을 재무제표와 함께 살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상기 내용은 FY19~14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 기준이며,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만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리뷰한 것이오니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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