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알면 기업이 보인다(42)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8% 이상 매입했습니다. ‘한진칼’을 가진 자는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칼호텔네트워크, 정석기업을 모두 좌지우지 할 수 있습니다. 건설그룹으로 알려진 반도그룹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2019년 10월 5% 이상 지분 매입시 “경영권 참여는 아니고, 투자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진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의미잖아요.
지난해 한진칼, 대한항공 실적은
영~ 안 좋던데…”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은 벌써 수년째 오너일가의 추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창업 2세 조양호 회장이 고인이 된 후에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최대 주주 지분이 상속됨으로 균열이 더욱 커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 보입니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던 KCGI(강성부 펀드)의 공격에 그나마 버텨냈는데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투자목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직접 물어 볼 수 없으니, 우리는 재무제표를 두드려 볼까요?
㈜반도건설은 토목ㆍ건축 및 주택건설사업과 부동산매매 및 임대업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하여 1980년 3월 11일에 설립된 주식회사 반도홀딩스(구.주식회사 반도건설)가 2008년 3월 1일을 분할기일로 하여 건설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함으로써 설립되었으며,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12, 11층(역삼동, 허바허바빌딩)에 본점소재지를 두고 있습니다. 반도홀딩스가 반도건설의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반도홀딩스는 권홍사 69.61%, 권재현 30.06%으로 지분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권홍사 회장은 반도건설의 창업주입니다.
반도건설의 지배구조는 심플하게도 반도홀딩스(지주사) 100% 지분 그리고 대주주인 권홍사 회장으로 연결됩니다. 간단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반도홀딩스 아래 그 외 다른 종속기업이 대부분 반도건설처럼 100% 지분 종속회사로 반도종합건설, 반도랜드, 성림개발산업, 화인개발, 대호개발 등 15개 계열사가 포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배구조가 단순한 만큼 경영 의사결정 이 과감하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반도건설은 본점 소재지가 서울이지만, 대부분의 종속기업 소재지는 부산광역시입니다.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장해 성장한 건설사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건설사의 경우 주석을 통해서 건설현장이 어디인지, 시행 중인 계약의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주석16번 주요 도급공상 등의 내역을 보니, 진짜로 창원, 화성, 대곡, 강원, 김포, 송산, 남양주, 대구, 원주, 울산, 시화 등 전국 곳곳에 현장이 있습니다. 주석6번의 보유토지 공시지가를 체크해 보니 화성동탄에 꽤 땅을 갖고 있습니다.(화성동탄 5블럭 공시지가 1,334억 원)
“화성동탄 즉 제2기 신도시 개발을 통해서 전국구로 기업 사세가 확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건설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2018년 재무제표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산총계 1조 2,378억 원, 부채 2,570억 원, 자본 9,807억 원입니다. 부채비율이 2018년 26%로 엄청 낮아져 있는 상태입니다. 분양미수금 3,532억 원이 남아 있지만, 미분양 분량일 ‘재고자산’이 소진되는 분위기입니다.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흔적을 재무제표에서 찾아 보려고, 주석 ‘매도가능증권’을 확인해 봅니다. 337억 원으로 2018년 재무제표에는 아직 한진칼 지분이 표시되지 않습니다.(2019년부터 샀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확인된 바로는 반도그룹 내의 반도개발, 대호개발 등의 회사를 통해서 지분 매입을 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2개 회사도 비상장사라서 재무제표 상으로 한진칼 이름은 나오질 않습니다. 반도그룹 전체가 한 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누구의 이름으로 샀다는 건 별 의미는 없습니다. 전체 반도그룹의 규모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반도홀딩스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자산규모 1.7조 원으로 부채 2천억 원, 자본 1.4조 원입니다. 반도건설 자산이 1.2조 원이니 가장 큰 주력회사입니다.
반도건설 손익계산서를 보기도 전에 재무상태표 자본항목 이익잉여금을 보니 반도건설은 2015년부터 급격히 이익이 개선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년 사이에 사내유보된 이익잉여금이 1,081억 원 → 7,091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구체적인 손익을 보면 2018년 매출액 1.5조 원, 영업이익 3,029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2017년 매출액 1.9조 원에 비해서는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8.3%→19.3%로 더욱 증가했습니다. 2017~2018년 3,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합니다. 당기순이익도 최근 4년간(2015~2018) 누적 8,631억 원입니다. 2015년 560억 원에 비하면 반도건설의 2016∙2017∙2018년은 대단한 시기입니다. 좀더 길게 기록을 살펴보니 2013년 이후 반도건설의 임직원 수와 매출액이 증가했고, 정점은 2017년이었습니다.
건설업의 특성상 짓고 있는 사업장, 현장이 마무리 되고, 또 다른 시행이 이뤄지는 주기가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이클을 탔다고 해도 최근 3년 사이의 반도건설의 성과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이렇게 수익이 좋으니 당연하겠지만 현금흐름도 좋습니다. 2018년 투자활동현금흐름 +2,069억 원은 ‘단기대여금’의 감소 탓입니다. 종속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대여해 준 거래 흔적이 보입니다. 다시 한 번 반도건설이 그룹의 메인 회사입니다. 그 외에 재무활동현금흐름의 특징적인 숫자는 장단기 차입금의 상환입니다. 3,604억 원을 한 방에 갚아 버립니다. 현금흐름을 정리해서 보면 영업해서 본사도 잘 벌고, 종속회사 모두가 골고루 잘 벌고 있습니다. 자금 상황도 좋아서 빚도 크게 갚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4월 한진그룹 유족들이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았습니다. 17.7% 한진칼 지분이 이명희 고문과 아들, 딸 2명에게 나눠졌습니다. 조원태 회장(6.5%), 조현아 부사장(6.49%), 조현민(6.47%), 이명희(5.31%)로 고만고만 합니다. 합쳐야 30%가 넘습니다. 그 전에 2대 주주라고 했던 그레이스홀딩스(KCGI)는 15.98%고 한진그룹의 백기사를 자처했던 델타항공도 10%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이 가족이 또 싸웠다고 합니다. 이들 넷이 똘똘 합쳐야 할 판에 허허. KCGI(강성부 펀드)는 지분율 17.29%로 좀더 올렸습니다.
반도건설이 한진그룹과 아예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도그룹은 과거 한진그룹 일감을 많이 수주했던 기업이라고 합니다. 어떤 매체에서는 한진그룹과 우호관계 기업으로 조태원 회장의 요구에 따라 지분을 매수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반도건설이 한진칼의 지분 8%를 획득하기 위해서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요? 한진칼 상장주식수 59,170,458의 8% 그리고 최근 주가 40,000원. [59,170,458 X 8% X 40,000 = 189,345,465,600] 곱해 보니 1,893억 원 정도입니다. 그 전부터 샀으면 이 보다는 적겠죠. 여하튼 최근 몇 년 간의 반도건설의 손익 상으로는 여유가 됩니다. 게다가 반도건설이 주식투자를 전혀 안 한 것도 아닙니다. 2018년에도 손익계산서 상으로 ‘매도가능증권처분손실’ 231억 원의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357752
좀 과한 상상입니다만, “반도건설이 건설 외에도 적극적으로 이윤 창출에 관심 많은 회사고, 오너 십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이번 한진칼 지분 투자를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분간 지방 미분양으로 건설업 쪽이 그다지 새롭게 할 게 없다고 친다면, 적극적인 기업투자도 이윤을 내는 한 방법입니다. 또한 앞으로 한진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깊게 맺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기 내용은 FY18~14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 기준이며,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만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리뷰한 것이오니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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