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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배우는 재무제표 이야기(Feat. 무학)

회계용어(7) 금융자산평가손실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인데 현금이 나갈질 않는다고 합니다.
왜? 금융자산평가손실이라서... 

상장 기업의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여파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3월 31일까지의 매출과 영업이익 숫자가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영실적의 하락뿐만 아니라, 금융자산 관련 변화도 클 것으로 추측됩니다. 코로나는 전세계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기업은 숫자 변화가 클 수있습니다. 

코로나19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가장 먼저 주식시장이 코로나의 심각성을 곧바로 반영했습니다. 현재는 종합주가지수 2000 포인트를 간신히 회복했지만,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는 3월 말 최악이었습니다.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를 1400까지 끌어 내렸습니다. 큰 충격이었지만 이를 기회로 생각한 개미투자자들을 각성시킵니다. 우리나라에 동학개미운동이 태동하게 만든 계기가 됩니다. 여하튼 3월 말 기준으로 작성되는 기업의 1분기 재무제표는 주식 관련 금융자산 변동을 반영해야 합니다.

금융자산이 많은 기업을 골라 재무제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 볼까 합니다. 부산, 경남, 울산을 거점으로 소주 '좋은데이' 및 '화이트소주'로 소주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무학입니다. 무학은 종합주류제조업을 주 업종으로 하며 희석식 소주 외 과실주, 약주, 리큐르 등 다양한 주류제품 제조 및 판매를 하는 주류사업 분야를 영위하고 있습니다. 2020년 1분기 분기보고서를 지난 5월 15일 DART에 공시했습니다.


2020년 1분기 매출액은 361억 원이며, 영업이익 4억 원을 기록합니다. 2019년 동 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액은 20% 줄어 든 셈이나 이익이 그래도 조금 난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529억 원으로 큰 폭의 적자가 났습니다. 이유를 뭔지 살펴 보면 689억 원의 기타비용을 원인입니다. 기타비용이 뭘까요?

기타비용의 주석을 찾아 봅니다. 2019년 말 자산총계 6,246억 원의 무학은 자산 전체의 42% 정도나 되는 2,637억 원의 장기금융자산으로 갖고 있습니다. 무학의 장기금융자산 구성은 주가연계증권, 상장주식, 수익증권 등입니다.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으로 구분되는 이들 금융자산은 가치가 변동하면 그 차액을 재무제표에 표기해야 합니다. 3/37일 종합주가지수가 대폭 하락했던 그 시기에 주가연계증권 평가손익만 -662억 원입니다. 

이것저것 다 합치고 보니 기타비용으로 698억 원의 손실이 났고 이를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손실’로 재무제표에 표기합니다. 손실이라고 하지만 이때 한 가지 주의해서 알아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실제로 무학인 698억 원의 손실이 난 것일까요? 아직은 아닙니다. 바로 윗칸에 있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처분손실이 힌트이기도 한데요, 금융자산평가손실은 말 그대로 재무제표 작성시점의 평가금액입니다. 무학의 금융자산처분손실은 0입니다. 주가연계증권을 팔아서 손실을 실현시킨 게 아니고 그냥 주가가 떨어진 손해가 이 정도인데 그조차 재무제표에 반영해 보여주는 것입니다. 

재무제표 작성 마감인 1분기말 3/31일은 종합주가지수가 대략 1400선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2000까지 회복한 상태입니다. 물론 3월말에서 분기보고서 발표된 5.15까지 무학이 금융자산을 팔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기타비용의 금융자산평가손실은 대부분 사라질 수 있습니다.


1분기 당기순손실이 529억 원이라고 했는데
어쩌면 1도 손해가 난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장난쳐? ㅎ 

더 재미있는 건 4~6월 2분기 실적까지 정리되는 '반기보고서'가 나올 때 재무제표에 표기되는 사항입니다. 그 사이 종합주가지수가 회복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번에는 손익계산서 기타수익에 큰 금액이 표기될 수 있습니다.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이익이 난 셈이죠. 그래서 1~6개월을 누적시키면 이번에는 반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 설 수 있습니다. 현금은 하나도 드나들지 않은체 이익과 손실이 왔다갔다 하니 약간 헷갈리게 하는 회계적 수치입니다. 현대의 회계는 공정가치라고 해서 자산가치의 변동을 이해관계자를 위해 가급적 재무제표에 반영하라고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가진 금융자산의 가치변동을 실시간(분기별)로 알려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래야 회사가 외부 변화에 어떻게 자산가치 변동이 되는지 "알 수 있고, 알려 줘야 한다."입니다. 이렇게 금융자산이 큰 폭으로 변동된 적이 없어서 1분기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낸 무학이 어쩌면 반기에는 흑자로 딱 힘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무학은 '청춘소주'를 출시했습니다. 레트로 감성을 가득 채운 소주입니다. 술 많이 팔리길 비는 건 좀 아닌 거 같지만, 기업이 잘 되야 여러모로 '기운 날' 시절입니다. 친한 지인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게 불가능한 때라 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샛길로 빠졌네요. 금융자산이 많은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1분기와 반기에 손바닥 뒤짚는 숫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회계적 수치를 감안해서 재무제표를 보시길 바랍니다.  


기대해 보자 청춘 마케팅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5/520668/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Dart 또는 pixabay.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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