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의 기억
프롤로그 :
봄이면 마당 한편,
오래된 등나무에 꽃이 피었다.
보랏빛 향기가 공기 중에 번지면,
나는 그 향기만 따라다니던 아이였다.
숯불갈비집의 딸이었지만,
연기보다 달콤했던 건
언제나 등나무꽃의 냄새였다.
그날의 하늘과 향기가
아직도 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나는 숯불갈비집의 딸이었다.
연기와 고기 냄새가
늘 배어 있던 마당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피어난 건 등나무꽃이었다.
보랏빛 꽃송이들이
지붕 위로 흘러내리면
하늘이 온통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그 향기는 어린 나를 유혹하듯 달콤했고,
숯불갈비 냄새보다
훨씬 진하게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그 시절,
나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꽃잎을 받으며
봄이 손바닥 위에 내려앉는 순간을 믿었다.
꿀벌들이 윙윙거리며 노래하듯 날고,
햇살은 내 볼에 따뜻한 점처럼 찍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 마당도,
등나무도 없지만
봄마다 나는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등나무를 닮은 보랏빛 하늘을 보면
잊고 있던 마음의 문이 천천히 열린다.
그리고 다짐한다.
언젠가 전원주택을 지어
그곳에 등나무를 심고,
다시 나의 봄을 맞이하리라.
#봄의향기#꽃#나의봄#추억#아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