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닮은 아이
프롤로그 :
햇살이 운동장을 가득 메우던 어느 봄날,
나는 작은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곤 했다.
바람이 등 뒤로 스치면 마음이 설레고,
달리기를 사랑하던 시절,
나는 자유로웠다.
어릴 적 나는 남석타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동네 이름이 붙을 만큼,
제법 잘 달리는 아이였다.
운동회 날,
팔등에 찍히던 1등 도장을
훈장처럼 흔들며
체육복의 먼지를 털곤 했다.
그리고 그런 날이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앞에
영덕타조가 나타났다.
무려 군(郡)의 이름이
붙은 아이였다.
그날 이후,
나는 2등으로 내려앉았지만
그 친구와 함께 달리는 게 좋았다.
늘 앞만 보던 나를,
그 아이는 ‘따라가게’ 만들었다.
이기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의 숨소리가 좋았고,
뛰는 일 자체가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어른이 되어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를 때면,
그 시절을 떠올린다.
앞서 가는 것만이 승리는 아니야.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따라가는 삶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
그때의 남석타조가
내게 가르쳐주었다.
#달리기#쫓아가는#친구#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