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글로 진상 피렵니다.
2020년, 우리 골프장은 ‘회원권 8억’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돌 하나, 잔디 한 올까지 ‘프라이빗’의 냄새가 났다.
그래서 그런걸까?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다들 나가라면 손사래를 치는 팀이 있었다.
카우보이 모자.
그리고 큰 체격.
언제나 새 공을 사용하며, 기분 따라 내기도 크게 하던 팀.
“오늘도 새 공이야? 이번엔 뭐, 얼마 걸고 치시게?”
“그랴. 크게 좀 가보자고.”
그 팀의 분위기는 항상 장비보다 무거웠다.
스윙은 시원한데 공은 죄다 해저드나 OB로 빨려 들어가고,
구질이 악성으로 틀어질 때마다 나를 향한 눈빛도 같이 틀어졌다.
전반 8번 홀.
그리스 신들의 이름이 붙은 우리 코스.
홀마다 멘트를 해야 했다.
“예… 에… 이번 홀은 바람이 약… 약… 조금… 왼쪽에서—”
“야! 너 이 공 못 찾으면 나 다음 홀로 안 간다.”
그 말이 칼처럼 꽂혔다.
가뜩이나 풀 숲이 어두워 보이던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쿡’ 하고 뜨거운 게 올라왔다.
나는 풀 사이를 헤집으며 공을 찾았다.
손은 벌레에 물리고, 무릎은 흙투성이가 됐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앞뒤에서 쏟아지는 재촉, 비웃음, 욕설.
어느 순간,
내 목소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들렸다.
‘울지 마. 울지 마. 울면 안 돼….’
근데
전반 8번 홀 그 그리스 신 아래에서
참던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때, 카우보이 모자의 회원이 말했다.
“아… 얘도 집에서 귀한 자식일 텐데…
그만 좀 하자.”
마치 전장을 쉬게 하는 휴전 선언처럼,
그 한마디에 모두의 입이 다물렸다.
나는 그 말에 오히려
‘빵’ 하고 울어버렸다.
멈출 수 없을 만큼.
순간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 사람을 구할 수도 있구나,
그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진상팀이라고 소문난 그 팀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그 사람을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진상도 진상 나름이라는 걸 그날 처음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이 지나고 나는 알게 된다.
생각보다 진상은 많고 돈 있는 진상은 더 재수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