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의 끝에서

by 루미소희


2025년 11월 28일.

포항대학교 *평보백일장 대상(평보상)*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그런데 이 상의 시작은, 화려한 무대도 아니고 평탄한 일상도 아니었다.

오히려 스물다섯의 절망에서 시작되었다.

그해 여름, 나는 돌발성 난청 판정을 받았다.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병원 복도 냄새, 어지러움, 그리고 귀를 꽉 채운 ‘하늘의 울림’.

그때의 나는 이렇게 흔들리고 있었다.



계단


내 나이 스물다섯, 돌발성 난청 판정을 받던 날

귀에서는 하늘이 울렸고

머리는 빙빙 돌았다.


병실 침대에 누워

하루에도 몇 번씩 설움과 울분을

가족들에게 토해내고 뱉어냈다.


한 계단 오르면 삶이었고

한 계단 내려서면 어둠이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나를 미워했다.


왼쪽 귀의 문이 닫히자

세상은 반쯤 멀어졌다

누군가의 웃음이

누군가의 안부가

물속에서 들려오는 듯 희미했다


나는 하늘 아래 홀로 서 있었고

빛보다 소리가 먼저 사라진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밤이면 귀 안쪽에서 파도 소리가 일었다

그 파도에 쓸려

나는 끝없는 계단을 오르내렸다

어디가 위인지 어디가 끝인지 모른 채


그날 이후,

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운데

내 안의 하늘만 고요했다


나는 그 고요 위를 걷는 법을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시의 뒷면에 있던 이야기

돌발성 난청은 단순히 “한쪽 귀가 잘 안 들린다”로 끝나는 병이 아니다.

세계가 반으로 잘려나가는 경험이다.

누군가의 웃음이 멀어지고,

말소리가 물속처럼 번지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혼자인 기분.

나는 그 시절을 견디는 동안,

어쩌면 소리 없는 세계에서

‘문장’을 대신 듣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번 백일장에서의 수상은

그때의 나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같았다.

평보백일장 대상, 그리고 앞으로

상장에는 “문학적 사고와 기량이 탁월한 작품”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종이 한 장이지만,

이건 나에게 다시 세상을 듣기 시작한 기록이고

조용히 버텨온 날들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진다.

이제 나는

고요 위를 걷는 법을 글로 쓰고,

누군가의 마음 안에서 또 하나의 ‘소리’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더 쓰고, 더 배우고, 더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이야기를 하나의 시집으로 묶어

하늘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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