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의 진상

이제 글로 진상 피렵니다.

by 루미소희

띠리링, 띠리링, 띠리리링—

아직 어둠도 가시지 않은 새벽, 기숙사 방안에 알람 소리가 포화처럼 터져 나왔다.

‘아, 또 시작이구나….’

졸린 눈을 비비며 간신히 세수를 하고 정신을 붙잡는다. 오늘은 제발 좋은 손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스스로에게 긍정 주문을 걸어보지만, 이 일이 나와 맞는지 아직도 확신이 없다.

그래서인지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밖으로 나서는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기운을 삼킬 듯한 짙은 안개가 온 골프장을 뒤덮고 있었다.

여기가 ‘안개의 골짜기’라고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산이 빙 둘러 있고, 근처에 호수까지 끼고 있으니 안개는 언제나 이곳의 복병이라고 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드디어 나도 배치를 받았다.

그런데 내 차례를 확인한 선배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이고… 오늘 그 조는……”

의미심장한 말에 등골이 스르르 식었다.

’그래도 회원이라는데… 괜찮겠지? 나쁘지 않을 거야.’

나는 마음속으로 온갖 주문을 외우며 평정심을 붙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신입 ***입니다.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반가워요~ 즐겁게 라운딩 해봅시다.”

뜻밖에도 환한 미소. 친절한 말투.

선배들의 표정은 괜한 기분 탓인가 보다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안개였다.

공이 날아가면, 빛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대략적인 방향만 겨우 짐작할 수 있을 뿐......

첫 홀부터 배운 대로 필드를 뛰어다니며

“타이틀리스트 1번, 볼빅 3번입니다!”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한 홀, 한 홀을 마치 게임 퀘스트 깨듯 나아갔다.

그리고 5번 홀.

그때, 진짜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났다.

공이 안 보이자 그 회원은 갑자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사람이 공을 치면 몇 미터를 갔는지, 어디 떨어졌는지 알아야지!”

“죄송합니다…”

속으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안갯속에서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신입이었고, 말할 수 없는 노동자였다.

그저 고개를 숙이며 뛰어다닐 뿐이었다.

문제는 안개가 걷힐 때까지,

15번 홀까지 그 난리를 계속했다는 것.

드디어 시야가 열리고, 나는 그의 공이 떨어지는 방향을 정확히 보게 되었다.

악성 슬라이스.

그 누구라도 찾기 힘든 구질.

그리고 나는 한 가지를 더욱 선명하게 보았다.

공보다 더 심하게 휘어져 있던 그의 마음.

그날 이후 나는 트라우마처럼,

처음엔 친근하게 굴고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하게 되었다.

겉으론 선해 보이지만, 안개가 걷히자 본색이 드러나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마음속 블랙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회원은 당당하게 TOP 3 안에 들어갔다.

그렇게, 안갯속에 숨었던 진상들의 얼굴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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