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을 일을 한다는 것

이제 글로 진상 피렵니다.

by 루미소희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것

나는 캐디라는 직업이 무척이나 맞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겉으로는 늘 즐거워 보인다는 말을 듣지만, 사실 내 마음은 늘 공허했다.

회사와 기숙사를 오가는 반복된 생활.
뺑뺑이 돌듯 같은 하루가 계속됐다.

새벽이면 습관처럼 눈이 떠졌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과 나가게 될까.
괜찮은 사람들이면 좋겠다. 별일 없이 끝났으면 좋겠다.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하루가 시작됐다.

조금만 따지듯 말하는 고객을 만나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순간 나는 작아졌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가 부족한 걸까.
내가 더 잘했어야 했나.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이 싫어졌다.

그래서인지 남들이 그렇게 좋다고 말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푸른 잔디도, 넓게 펼쳐진 골프장도, 시원한 바람도
나에게는 그다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넓은 공간 속에서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은 훌쩍 떠나버리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그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내 호흡대로 살아가는 삶.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떠나버리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 봐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일탈을 꿈꾸면서도
책임감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처럼.

나는 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일을 동경했고
언젠가는 나만의 일을 하겠다는 막연한 꿈을 품고 살았다.

그렇게 나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사이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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