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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나딘 Jul 17. 2020

[애니메이션] 만화 속 명화 찾기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술을 통해 미술사와 예술학이라는 학문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려는데 있다는 점 알고 계시지요? 오늘은 아이들에게 명화를 익숙한 이미지로 변형시켜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에 삽입한 장면과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활용하여 명화를 알려주는 일러스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이 상당히 인기를 끄는 모양입니다. 스파이더맨부터 원더우먼 등 여러 히어로들을 매우 좋아하는 저 역시 우연히 레이디버그를 접한 후 가끔은 보고 있다는 점을 오늘은 밝혀야겠네요. 오늘 다룰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라큘러스》는 프랑스의 자그툰(Zagtoon)과 메서드 애니메이션(Method Animation), 일본의 도에이 애니메이션(Toei Animation)과 우리나라의 삼지 애니메이션의 합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2015년 9월 우리나라에서 첫 방송된 이래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역동적인 카메라 화각과 질감을 적용하여 영화와 같은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2D로 제작하였으나 2012년 컴퓨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삼지 애니메이션이 합류하면서 3D CGI 애니메이션으로 바꾸어 2D의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합니다. 한 회당 약 4000여 개의 패널이 사용된 것으로 추산되는 《미라큘러스》 영상 속 이미지에는 그리스 신화 혹은 서양미술사에 꼭 등장하는 명화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원본이 아닌 애니메이션에 알맞게 변형된 이미지입니다.

오늘 살펴볼 작품은 《미라큘러스》의 남자 주인공 아드리앙의 부친이 자신의 금고 위에 걸어 둔 대형 회화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아드리앙 엄마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그림을 본 순간 원본이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의 〈아델레 블로흐 – 바우어 I Adele Bloch – Bauer I〉(1907)입니다. 화려하고 웅장하다는 표현을 넘어 경이롭게도 느껴지는 이 작품은 ‘마치 세기 전환기의 반을 압축한 것만 같다’는 찬사를 낳았습니다.

구스타브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I〉, 1907, 캔버스에 금과 유성 페인트, 138cm x 138cm, 뉴욕 노이에 갤러리.

아델레 블로흐는 클림트가 그녀의 나이 25세에 처음으로 그녀의 초상을 작업한 후 유일하게 두 점의 초상화를 그려준 여인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클림트는 장식미술가에서 모더니즘 예술가로 거듭나게 됩니다. 3차원의 공간이 아닌 현대적 평면을 구사한 첫 작품이 바로 이 초상화입니다. 그녀의 옷은 화려한 무늬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기하학적인 도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르누보 스타일의 도상처럼 보이기도 하는 형태는 남성과 여성의 생식세포를 상징합니다. 클림트는 정신분석학 뿐 아니라 자연과학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델레의 화려한 의상에는 생물학적 도상이 반복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여성의 성욕이나 공격성을 터부시하던 당시 보편적인 의식을 넘어서 클림트는 그것을 정면에 드러내고, 공간의 모호함을 통해 평면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생물학적 도상을 반복해서 그려 인간 내면의 세계를 드러낸 것입니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I>, 1912, 캔버스에 유채, 1900cm x 1200cm.

아델레 블로흐의 초상화 두 번째는 1912년에 제작되었습니다. 2006년 크리스티 옥션에서 익명의 응찰자에게 약 1000억 원에 팔렸습니다. 10년 후 오프라 윈프리가 2017년 중국의 컬렉터에게 약 1700억 원에 팔아 이슈가 되면서 2006년 당시 익명의 응찰자가 바로 오프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초상화는 첫 초상화에 비하면 매우 소박해 보입니다. 또한 그림 배경의 상단에는 매우 동양적인 모티브들이 표현되었습니다. 클림트는 당시 한국, 중국, 일본의 자기와 그림을 소장하고 있었으며 이를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초상화는 황금빛은 사라졌지만 동양적인 모티브와 붉은색과 초록의 보색 배경으로 인해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전달합니다.

영화 <워먼 인 골드> 포스터와 영화 속 일부 장면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를 둘러싼 소송을 소재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우먼 인 골드 Woman in Gold>(2015)입니다.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하면서 클림트의 작품도 몰수되었습니다. 1943년 나치가 몰수한 그의 작품을 전시할 때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두 점 모두 전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의 이름을 제목으로 쓰기 싫었던 것일까요? 그림의 제목을 임의적으로 <Woman in Gold>로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 역시 <우먼 인 골드>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체르닌이라는 오스트리아 기자가 집요하게 조사하면서 블로흐 바우어가 남긴 유언장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후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블로흐의 컬렉션과 관련된 재판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재판은 2006년 끝났고 작품은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을 되찾는데 힘을 쓰고 있던 에스티 로더 화장품의 오너인 로날드 로더(Ronald Lauder)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미라큘러스》 애니메이션에 잠시 등장했던 이미지를 통해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미술관에 발을 들이는 일은 쉽지 않죠. 특히나 요즘처럼 코로나 시국에 해외여행이 불가하게 되면서 명화를 접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때문에 미술사와 관련된 이미지는 더더욱 아이들의 삶에서 동떨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많이 걱정이 됩니다. 그렇기에 이런 걱정을 해소해 주는 일러스트 작품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좌)카를로스 그로모,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을 클림트의 <키스>로 재해석한 일러스트 작품. (우) <키스>

그래픽 디자이너이면서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인 카를로스 그로모(Carlos Gromo)는 사람들이 명화에 대해 의외로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디즈니 캐릭터들을 통해 명화를 재탄생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대박이라고 하니 여러분도 오늘 한번 살펴보시지요. 이 일러스트레이터의 특징은 단순히 익숙한 캐릭터들로 명화 속 주인공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대작과 어울리는 주인공을 선별하고 재창조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위의 작품은 클림트의 <키스>(1907~1908)를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으로 변형시킨 그의 작품입니다. 그 외에도 로렌스 알마타데마(Lawrence Alma Tadema), <더 이상 묻지 마세요 Ask Me No More>(1906)를 벨과 가스통을 주인공으로 바꾸기도 했지요.


위의 작품 외에도 그의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그램에는 많은 일러스트와 원작을 동시에 업로드해두었습니다. 자세한 작품은 아래 링크를 통해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명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거나 미술사적 의의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보다 쉽게 전달하고 익숙하게 주변에서 볼 수 있도록 많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저 역시 같은 취지에서 쉽게 내용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유럽과 달리 우리는 미술을 공부로 시작하는 과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시는 부분도 있을 것 같네요. 아이들이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 속에 명화를 차용한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한다면 아마도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겠지요.

그러나 명화를 쉽게 접하는 것은 좋지만 원작이 지닌 의의를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카를로스 역시 원작에 대한 명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저 역시도 보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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