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을 열어보자
우리는 어떻게 불안을 해소하는가
저마다 불안을 유발하는 방아쇠가 있듯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불안함을 느낀다. 분주하던 회사 업무가 어쩌다 여유로운 날, 특별한 일정 없이 한가로운 주말을 보낼 때, 눈을 감고 잠들기를 기다리다 좀처럼 잠들지 못할 때 익숙한 불안이 찾아온다. 찾아오는 불안의 이유도 다양하다. 진로의 방향, 육아, 오늘도 하지 못한 자기 계발, 일할 때 친절하지 못했던 전화 속 까칠한 말투가 되겠다.
그렇다면 불안하고 우울할 때 무엇을 해야 할까.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줄 사람들을 만나 실컷 수다를 떨다 보면 마음이 누그러진다. 평소 즐기던 취미에 몰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아니면 흠뻑 땀에 젖을 때까지 운동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분은 나아졌지만 어떤 원리로 나아졌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먹었지만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모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굳이 기분이 나아진 메커니즘에 대해 면밀히 알아야 할 필요까진 없다만, 뇌 과학과 신경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불안한 감정이 생기는 근원을 알 수 있다. 희미한 안개 같은 불안의 실체를 과학이라는 안경을 쓰고 또렷하게 바라보자. 불안의 원인을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지도 알 수 있다.
불안함은 뇌에서 나온다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은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 뇌에서 나온다. 좀 더 뜯어 살펴보면 감정을 느끼는 뇌의 변연계 활동이 과도해지고 감정을 느끼는 전전두피질이 부정적인 기분을 되새기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불안과 우울을 느끼는 환경은 제각기 다르다. 어떤 날은 비가 와서, 어떤 날은 잠이 부족해서, 또 어떤 날은 과도한 폭식 후 자괴감으로 우울함을 느낀다. 이를 뇌 과학의 영역에서 보면 비가 와서 우울한 것은 햇볕이 가려져 활동 의욕과 기분을 향상하는 세로토닌계 분비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수면 부족은 고통을 완화하는 엔도르핀과 스트레스 대처에 관여하는 노르에피네프린계에 영향을 미친다. 또 폭식하는 것은 쾌감을 조절하는 도파민계에 기능 장애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불안함과 우울함을 느끼는 것은 뇌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뇌신경회로가 특정 상황과 조건에 불안함과 우울함을 느끼도록 자연스레 패턴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자신의 기분을 매번 설명할 수 없고, 왜 나만 이렇게 생겨 먹었는지 원인을 찾겠다고 몰아붙일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냥 우리의 뇌는 그렇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 해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걱정은 머리에 처음 떠오른 답을 성급히 취하기보다 문제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불안은 안정을 위한 하나의 전제로 볼 수 있다. 외출 전 찝찝한 기분에 집에 다시 들어가 가스 불을 확인하고 껐을 때, 골목길 운전 중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서행하는데 불쑥 어린이가 나타나고 잘 대처 함으로 대형참사를 예방한다. 그리고 그 순간 뇌는 안정감을 느낀다. 다만 외출 후 가스 불은 꺼져 있는지 온종일 전전긍긍하거나, 골목길을 운전할 때마다 긴장하여 우황청심환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뇌의 불안 회로들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다면 불안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뇌를 상승나선으로 움직여야 한다.
상승나선으로 뇌를 움직이기
뇌를 상승나선으로 움직이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운동하기, 결정 내리기, 수면의 질 높이기, 좋은 습관 만들기, 미소 짓기, 허리 펴기, 마사지받기, 감사하기, 사람들에게 의지하기, 전문적인 도움 구하기. 얼핏 보면 간단하면서 한편으론 진부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 할 수 있고 익히 알만한 것도 뇌 과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행위에 대한 목적과 원리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행위 자체만 아는 것과 엄연한 차이가 있다. 또 행위에 대한 목적과 원리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다. 마치 반찬 투정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늪에 빠진 사람이 팔을 뻗는 것조차 힘들듯이 심한 우울증과 불안에 빠지면 운동하러 집 밖에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현관문까지 가는 것도 마라톤처럼 느껴진다. 이때는 침대 밖으로만 기어 나와도 다행이다. 단번에 여러 가지를 개선하는 것이 어렵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우울하고 불안할 때 폭식하는 습관이 있다면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킬 때 서비스로 군만두는 안 줘도 된다고 과감히 얘기하자. 공원에서 정기적으로 조깅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공원 앞까지만 이라도 매일 걸어갔다 오자. 평소 우유부단하다면 이리저리 TV 채널만 돌리지 말고 무엇을 볼지 단호히 선택하는 것부터 해보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우울함과 불안을 더 많이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을 탓하기 시작하면 늘 제자리일 뿐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작은 부분부터 개선하다 보면 뇌는 조금씩 상승나선으로 움직이고 점점 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요즘 불안과 우울함을 마주하기 쉬운 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상의 자유와 만남을 앗아갔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져왔다. 언젠간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날이 올 거라 믿지만 당장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불안을 마주하는 시간도 덩달아 길어졌다. 그럴 땐 뇌의 변연계와 전전두피질이 불안함을 감지하고 곱씹고 있다는 것을 먼저 의도적으로 인지하려 한다. 따듯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끄적거리는 것도 불안한 뇌를 다독이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날씨 좋은 날 집 밖에 나가 햇볕을 쬐며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을 충전하자. 기분이 좋아지고 머릿속이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