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문제의 일부?

북저널 / 감성 정치의 대안

by 돈태

장례식장에서 경찰인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청와대 시절 대통령경호처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다시 대통령경호처로 가기를 희망 중이다. 친구는 자신이 경호를 맡은 대선 후보가 당선이 돼야 자기도 대통령경호처로 보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경호를 맡았던 친구는 경력상 이번에도 이재명 대표의 경호를 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친구는 올해 대통령경호처로 갈거 같다고 자신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잠재적인 대권주자들이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펼치고 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대선이 치러지면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할 경우 60일 내 조기 대선이 치러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로 밀어넣은 원인을 분석한 의견들 가운데 '유튜브 중독'이 눈에 띈다. 대통령이 유튜브의 가짜 뉴스에 빠져 왜곡된 현실을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진단이다. 홍성국 전 민주당 의원은 2025년 1월 5일자 뉴욕타임스를 인용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계엄령 사태는 아마도 알고리즘 중독에 의해 촉발된 세계 최초의 내란 사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15일 체포 직전에 관저를 찾아온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상계엄 사태는 유튜브에 중독된 대통령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발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칼럼에서 "2008년 미국 대선에선 ‘정치의 유튜브화’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동영상 중심으로 ‘보고 느끼는’ 이미지와 감성 중심의 정치담론이 ‘읽고 쓰는’ 텍스트 중심의 정치담론을 대체하는 경향을 가리킨 말"이라고 썼다. 최고권력을 손에 쥔 정치인이 텍스트 중심의 이성 정치가 아닌 감성 중심의 '유튜브 정치'를 한 결과, 탄핵 심판대에 섰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준만 교수는 칼럼에서 유튜브 정치를 윤석열 대통령의 사례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나라 정당정치까지 확대 적용했지만, 감성 정치가 이성 정치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사례는 당장 직관적으로 비상계엄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유튜브가 '감성 정치'를 이끌고 있다는 진단은 단편적이다. 일부 유튜브 콘텐츠의 폐해를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 또는 시대적 흐름과 연결하기는 무리다. 초점을 '유튜브'에서 '감성 정치'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계몽주의2.0.jpg

이런 문제의식에 대안을 제시한 책으로 <계몽주의 2.0>가 있다. 책의 부제는 '감성의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책이 제시한 대안의 키워드는 '슬로우 폴리틱스'다. 속도와 효율의 유혹에서 벗어나 이성과 토론을 거친 이른바 '느린 정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현재의 정치 문화가 이념이나 철학, 토론이 아니라 엄청난 속도와 과잉 정보,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뉴스, 감정과 정념에 호소하는 메시지에 지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는 이념이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권자의 감정에 호소해 선거에서 이기는 현실에서 합리적 사고의 자리는 없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문맥을 이어 책의 대안을 요약하면 감성에 지배될 가능성이 높은 파편화된 개인보다는 집단화된 지성에 의해 정치가 작동할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캠패인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즉각 반응하는 '빠른 정치'가 아니라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모아지도록 기다린 후 행동에 옮기는 '느린 정치'가 필요한 때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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