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는 사라지고

밥값은 해야 한다

    

출입처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던지는 말이 있다.    

“뭐 쓸거리 없어요? 하나만 줘요.”     

기대 없이 던지는 말에 돌아오는 답변 역시 매번 예상 가능하다. 

“요새 뭐 이슈가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만나도 또 같은 문답을 주고 받는다.       

일간지 기자는 매일 기사를 만들어 낸다. 내 생각에는 ‘쓴다’ 보다 ‘만든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기사 가치? 중요치 않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신문 지면을 채워줄 제품이 필요하다. 그럴듯하게 포장만 잘해도 반은 성공이다.  그날 신문은 어떡해든 나온다. 심하게 말하면 사기치는 거다.      

“오늘 지면 뭘로 막냐.” 대한민국 신문 기자들의 치열한 기사 고민이다. 어디를 취재해야 하나, 어떤 질문을 던질까, 추가로 확인할 것은 없을까, 보다 더욱 중요한 고민이다. 당장 지면을 막을 기사, 아니 제품이 필요하다. 생계가 달렸으니. 

다행히 출입처가 있다.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 기관, 대기업 등 기자실을 운영하는 곳이다. 하루 밥값이라도 할 보도자료를 주기적으로 내주면 감사할 뿐이다. 베껴쓰기보다 고마운 일은 없다. 자료가 없으면 구걸이라도 해야 한다. 이게 안전하다. 밖을 쏴다녀봐야 기사가 나온다는 보장을 못한다. 예전에 한 데스크의 준엄한 충고가 떠오른다. 

"야, 현장 가봤자 뭐해. 어차피 자료 나올 텐데. 길 위에서 시간 버리지 마. 빨리 기사 올려."

기자를 꿈꾸던 시절 나름 사명감과 문제 의식이 투철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보다 구걸이 편해지는 기자질로 밥벌이를 이어간다. 의문점을 확인하며 단단한 기사를 만들 여유가 없고, 필요성도 못 느낀다.  

기레기는 적어도 취재는 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