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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태 May 01. 2018

글 쓰고 싶어지는 책

박보검도?

휴일에 근무를 하며 몇 페이지 안 남은 <쓰기의말들>을 다 읽었다. 작년 말 또는 연초로 기억하는 날, 강화도로 놀러 갔을 때 발견한 동네책방에서 산 책이다. 200 페이지 조금 넘는 책을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그때는 은유 작가를 몰랐고, 독립출판물로 소개받은 책이 글쓰기를 주제로 삼은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 책방을 잠시 봐주고 있다던 청년이 독립출판물로 착각해  추천한 듯했고, 나 역시 독립출판물에 이해가 얕았다.  

책을 읽는 동안 독립출판물 제작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쓰기의말들> 구성과 같이 틈틈이 메모를 모아 하나하나 의미화해보는 글쓰기, 직접 경험한 것뿐만 아니라 인터뷰 기사, 영화 등 간접적인 경험을 통한 단상을 글로 옮기는 작업. 기자로 살면서 누군가를 취재하던 입장에서 내가 나를 취재해야겠다는 '인식 전환'의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내 안에서 소재를 뽑아내는 에세이를 두 번째 글쓰기 장르로 결심했다.  


글 쓰는 목적에도 힘이 실렸다. 정치적이면서 문학적인 글쓰기. 은유 작가 역시 책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동지가 있다는 느낌. 그러나 식상할 수 있겠다는 망설임. 그럼에도 보편적 가치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머릿속을 이리저리 헤맸다. 

에세이를 쓸 때는 지극히 보잘것없는 경험으로 보편적인 가치를 드러내고,  첫 번째 글쓰기 장르로 삼은 논픽션의 경우 주변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정치적 투쟁성을 눈 앞에 끄집어내는 글쓰기를 나는 원한다.  


무엇보다 <쓰기의 말들>은 나를 채찍질했다. 글을 쓰자고, 쓰고 싶다고, 써야 한다고.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던가, 은유 작가의 글솜씨를 질투하고 있었다.  

내용이 아니라 단순히 페이지 비중만으로 <쓰기의말들> 절반을 차지하는 유명인들의 인용문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작가는 그 인용문들을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과 단상에 녹였다. 난해했던 인용문들은 작가로 인해 일상의 언어로 해체됐고, 친절히 해석됐다. 활자를 읽는 수고만으로 밤송이를 건너뛰고 밤알을 쥘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쓰기의말들>은 망각의, 오만의 안개를 걷으라며 마침표를 찍었다. 꾸준해야 글쓰기도 는다, 는 것을 잠시 잊었나 보다. 글쓰기 역시 대기만성인데.

육체적으로 편함을 쫓으며 반짝이는 정신을 원했다. 날도둑놈이 따로 없었고 무식했다. 저 옛날 선비들이 글을 쓸 때면 주변을 정리하고 자세부터 바로잡는 이유가 있었을거늘. 


은유, 라는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책 메모

-"언어는 시인과 노동자의 합작품이 되어야 한다.(조지 오웰)" 동경하는 조지 오웰 인용문이 나와 반가웠고, 관련 글에 감동했다. 76페이지, 책 내용 중 백미다. '글 참 잘 쓴다'라는 감탄을 반복하며 읽었다. 같은 내용을 몇 번 다시 읽었다. 


-'어떤 사건이나 행동이 정보로 가치가 있거나 인식을 전복시키거나 정서에 울림이 있지 않으면 듣는 사람이 피곤한 법이다.(p90)' 예전부터 글에 담겨야 할 것들에 대해 이거 저거 들었다. 문제의식, 정보 등등. 제법 설득력 있게 다가온 단어들도 있었지만, 여러 명을 상대로 교육적인 성격을 띤 단어와 잘 정돈된 문장들은 오히려 낯설고 지루했다. <쓰기의말들>에서 실제 경험 위에 발을 딛고 나온 단어들은 교과서나 전공서적에서 한 번은 본듯한 말과 글을 압도하고 남았다. 너무나 쉬어 더욱 강렬했다.  


-'~배짱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p98)' 문장이 좋았다. 배짱과 밀고.


-P227. 책 메모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내용이다. 그리고 계속 되새기게 만드는 생각이다. "작가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 건강해야 한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은유 작가는 여기에 필력은 체력이다, 듣는 귀도 건강에서 나온다 등의 글쓰기로 풀었다.  


*사족

마감을 정하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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