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노량진역 건너편 커피숍 2층에서 횡단보도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을 바라본다. 뛰는 사람, 느긋이 걷는 사람, 발을 헛디디는 사람, 사람들을 빗겨 지나가는 오토바이. 다들 스스로 정한 방향으로 간다. 마음속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 일이 없다. 기자실을 나와 자리 잡은 곳이 이곳이다.
커피숍 유리창 밖 사람들은 고요하다. 어떤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잠깐 생각해본다. 서로의 길을 가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머릿속만 복잡하다. 속 깊은 한숨이 나온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글 쓰기가 싫다. 써야 한다는 생각이 더 싫다.
한 시간 정도 후에 노량진 신시장에서 저녁 술자리가 있는데 회를 미리 떠야 할지 고민이다. 그쪽 시스템은 익숙해 눈에 선한데 내가 챙기고 싶은 마음이 없다. 신경 쓰기 그냥 귀찮다. 자리를 정한 선배에게 그냥 의존하련다. 동석할 김 형님이 안 물었으면 고민도 없었을 텐데. 이 형님도 이쪽 시스템에 익숙한가 보다. 쿨한 척하고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