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생각했구나, 나를 생각 안했구나/메멘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와이프가 물었다.
“나 정말 저렇게 생겼어?”
와이프의 표정은 시무룩하지 않았다. 나에 대한 서운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었을까. 단순히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다’는 자신의 생각에 동의해달라는 눈치다.
핸드폰 속 사진을 힐끔 쳐다보는 나에게 다시 와이프가 물었다.
“우리 엄마, 속상하지 않았을까?”
이런. 그제야 내 실수, 아니 잘못을 깨달았다. 이미 주어담기 늦었다. 순간 내뱉은 최선의 답이 고작 이것이다.
“에이, 사진이 정말 안 나왔네. 실물이랑 달라.”
와이프는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다. 거울 얼굴 여기저기 갖다 대더니 다소 안심한 듯 말을 이었다.
“정말이지. 나 저렇게 생기지 않은 거 같은데. 그래도 살은 빼야겠어.”
미안했다. 나의 센스?에 잠시나마 저녁 자리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는 착각을 했다. 와이프를 희생양으로 삼고 말이다.
장모님 역시 즐거워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장모님의 웃음이 진짜 웃음이었을까. 쓴웃음은 아니었을까. 분위기에 휩쓸려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 애써 웃음을 지운 것은 아니었을까. 장모님 웃음에 대한 별별 해석을 내리면서 내 마음은 더욱 심란해졌다.
‘이런 멍청한 새끼야.’
약 2시간 전이다.
와이프 생일 이틀 전 그리고 장모님 생일 날이다. 행주산성 근처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엄마도 오기로 해 총 4명이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다.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와 장모님은 어색하지만 최대한 서로를 반겼다. 나와 와이프는 뿌듯함을 느꼈다. 장모님이 준비한 선물, 엄마가 준비한 선물이 오가며 분위기는 한껏 화사해졌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1시간여가 지났다. 예정된 팝페라 공연이 열릴 시간이다. TV에도 나오는 팝페라 그룹이 공연을 시작했다. 분위기 있는 공간에서 오페라 느낌이 물씬 풍기는 노래까지 들으며 네 가족은 만족스런 저녁식사를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팝페라 그룹과 포토 타임이 이어졌다. 소녀처럼 활달한 성격의 장모님은 신났다. 와이프를 이끌고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난 같이 서는 대신 ‘찍사’ 역할을 택했다.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안았다. 사진 속 와이프는 마지 못해 사진을 찍는다식의 포즈다. 얼굴도 어색하다. 사진발 받겠다는 의지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사진이다. 이런 의도를 사진 역시 충분히 반영한 것일까. 사진 속 와이프의 얼굴은 내가 봐도 참 못나게 나왔다.
웃음이 나왔다. 사진 속 와이프의 얼굴이 재밌고 귀여웠다. 이런 내 감정을 더 극대화해 같이 즐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와이프의 얼굴 부문에 검지와 엄지를 갖다 대고 확대했다. 핸드폰 화면을 꽉 채운 와이프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폭소가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와이프는 물론 장모님과 엄마도 내가 보고 있는 것을 궁금해 했다.
네 식구는 사진을 돌려보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적어도 당시 내 생각은 그랬다. 와이프는 부끄러운 듯 그만하라며 애교?를 부렸고 장모님과 엄마는 '하하 호호'였다.
난 신이 났고, 뿌듯함마저 느꼈다.
이런 못난 새끼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