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조용히"
읽고, 쓰는 장소가 요즘 바뀌고 있다. 전에는 빽다방, 메가커피 등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숍 가운데 비교적 적자리가 넉넉한 곳을 선호했다. 스타벅스, 투썸 등의 커피숍보다 싼 커피값을 고려한 루틴이다. 최근에는 24시간 무인카페를 자주 찾는다. 우선 무인카페가 많이 생겨서 동네에도 제법 눈에 잘 띈다.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다.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숍과 가격 차이는 없지만 무인카페만의 장점이 있다. 매장 직원이 없는 것은 물론 손님도 별로 없다. 조용히 집중하기에는 무인카페가 낫다.
오늘도 단골이 돼 가고 있는 무인카페로 향했다. 밖에서는 안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통유리에 선팅이 돼 있는 곳이다. 문을 여는데 시끌벅적해서 당황했다. 3~4세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간중간에 어린이집 선생님들로 보이는 여성들이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서는데 한 여성이 아이들과 먹던 뻥튀기를 입속으로 가져가다 내 눈치를 봤다.
"오늘 아이들 카페 견학이 있어서요."
"아... 네."
다행히 구석 자리 한 곳이 비어 있었다. 테이블 간 경계를 허문 의자들을 비집고 빈자리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웃음소리를 내며 조잘대고, 선생님들은 간간히 아이들을 챙기면서 역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는 중이다. 유독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근무장소가 아닌 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선생님들도 아이들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선생님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다가도 아이들을 챙기며 아이들을 향해 자상한 말들을 건넸다. 그런데 그 자상한 말들의 소리가 너무나 컸다. 아이들에게 그 자상한 말들을 잘 그리고 명확히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비슷한 또래의 아들이 있는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와~ 와~"
책을 펴고 집중을 하려는데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던 한 남자아이가 힘껏 소리를 질렀다. 뭔가 신나거나 재밌는 일이 있을 때 저절로 나오는 그런 소리였다.
"oo야. 여기는 공공장소야. 조용히. 조용히."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데, 순간 우렁차고 단호한 여성의 목소리에 움찔했다. 아이의 신나 하는 외침에 귀가 쫑긋했는데, 선생님의 엄한 목소리가 귀를 찌르는 듯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