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 / 소외
'소외'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두 가지다. 1번은 '어떤 무리에서 기피하여 따돌리거나 멀리함'이고, 2번은 '인간이 자기의 본질을 상실하여 비인간적 상태에 놓이는 일'이다.
1번 정의는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왕따', '소외계층'이라는 단어들이 연상된다. 누군가를 공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배제의 대상은 내가 될 수 있고, 남이 될 수도 있다. 보통 익명의 타인을 상정한 채 소외라는 개념을 이해한다.
배제를 전제로 한 소외는 의도적일 때와 의도적이지 않을 때로 나눌 수도 있다. 의도적일 때는 도덕적 비판과 법적 책임이 따라붙을 수 있고, 의도적이지 않았을 경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흔히 말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제기가 후자에 해당된다. 소외라는 개념은 보통 스스로를 성찰하는 개념이라기보다, 특정 집단, 제도, 구조 등을 겨냥한 비판의 언어로 받아들여진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소외'란, 일(work)이 임금노동(wage-labor)으로 변해서 인간이 무언가를 창조하고 스스로 재창조될 기회를 박탈당한 데서 직접적으로 일어나는 결과였다."
이반일리치는 <학교 없는 사회>에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소외를 소개했다. 누군가에게서 밀려나 발생하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실한 상태를 가리킨다. 다소 거칠게 말하면 소외의 두 번째 사전적 의미와 맞닿아 있다.
"학교는 가르침을 받을 필요를 가르침으로써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소외시킬 제도화에 적응하게 한다. 이런 가르침을 일단 받고 나면, 사람들은 독립적으로 성장할 동기를 상실한다."
일리치는 같은 책에서 이 같은 소외라는 개념을 학교라는 제도에 비판적으로 연결했다. 소외는 배제의 결과라기보다, 기존 제도 속에 ‘정상적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더 깊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간 나는 소외된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소외를 타자화된 개념으로 이해해 왔다. 정상적으로 의무교육을 마쳤고, 대학을 졸업했으며, 원하는 직업을 가졌고, 조직 안에서 인정도 받아봤다. 누군가에게 노골적으로 배제를 당하거나 제도의 틀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본 기억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일리치는 이런 삶에서, 과연 내가 진짜 나로 살았는지 질문을 던지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