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고기> 21장.
며칠 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는 평소보다 분주했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보좌진들이 빠르게 오갔다. 잠시 후, 회의실 안쪽에서 나오던 사람이 짧게 말했다.
"통과됐습니다."
복도에 있던 몇 사람이 동시에 휴대폰을 들었다. 의원실 안에서도 움직임이 바로 시작됐다. 보좌관은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미리 열어둔 파일을 다시 확인했다. 보도자료 제목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윤리적 조리법, 국회 처리 속도.. 윤리적 대안은?'
본문 아래에는 첨부자료 두 개가 달려 있었다. 법안 주요 내용 정리. 그리고 의원원실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링크. 링크 옆에는 빨간 글씨로 '윤리적 대안은?'라고 적혀있었다. 보좌관은 그 빨간 글씨를 한 번 더 천천히 읽었다. 키보드의 손이 움직일 듯 말 듯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좌관의 머릿속에선 'K푸드 신성장 동력'이라는 문구를 잡고 있었다. 잠시 후 보좌관은 고개를 저으며 문서 파일을 그대로 저장했다.
보좌관은 보도자료 카테고리로 묶여 있는 단체메일 창을 열었다. 저장해 둔 보도자료 파일을 첨부했다. 그는 메일에 '문제 제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대안까지 추진합니다.'라는 문장을 썼다. 마우스를 움직여 발송 버튼을 눌렀다.
잠시 뒤, 의원실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국회 출입 기자들이었다. 기자들은 보도자료 내용보다 메일에 따로 적었던 마지막 문구에 관심을 보였다.
"추진한다는 대안이 구체적으로 뭔가요?"
"소위 통과한 법안에 대안이 추가된다는 건가요?"
기자들의 질문에 보좌관과 비서관들은 준비된 매뉴얼로 대응했다.
"법안에는 대안을 담지 않았습니다. 이번 조리법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자는 겁니다. 대안은 사회적 합의를 모아갈 사안이고요. 첨부자료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기자들의 전화가 줄어들자 일반 시민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속보성으로 나간 짧은 기사들을 보고 걸려온 전화들이었다. 윤리적 조리법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통화 연결이 되자마자 욕부터 해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불쌍한 동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법안 꼭 통과시켜 주세요."
"씨X, 니네는 안 먹는지 두고 보자."
전화벨 소리가 눈에 띄게 잦아지자, 보좌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원실을 나왔다. 복도 끝에 있는 휴게실에 들어가 휴대폰을 꺼냈다.
"기사들 봤죠?"
"네. 보좌관님. 그런데 아직은 보도자료 이상의 내용은 없는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전까지 기자들 전화가 많이 왔어요. 곧 대안 등을 취재한 기사들이 추가로 나올 겁니다."
"그럼 저희도 시작할까요?"
"잠시만. 의원님과 이야기를 해보고 합시다. 반응은 뜨거운 거 같은데 방향이 살짝 애매하네."
"어떤 방향을 말씀하시는 건지?"
"이게... 다른 쪽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건 아닌가 해서."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이산과 전화를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의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의원님."
"내가 지금 캠프에 있는데... 대선 앞둔 임시회에서 법안이 이 정도로 관심받기도 힘들다고들 하네. 본회의도 아니고 소위인데.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의원님. 소위 의결이면 뭐 사실상 끝난 셈이긴 하죠. 그런데 회기상 대선 전에 본회의 처리를 안될 겁니다."
"그렇겠죠. 그런데 반응은 많은데 내용도 괜찮은 건가요?"
"저도 그 점이 조금 걸립니다. 오늘 하루 정도라도 반응들 추이를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게 나을까요?"
"지금 기사들은 보도자료에 나온 법안 의결 내용만 드라이하게 담았습니다. 아마도 지면을 마감하는 오후 시간대에 대안 등을 담은 분석 기사들이 나올 겁니다."
"그것도 좋은데, 이미 칼을 뽑았으니 눈치 보지 말고 가봅시다. 논란이 있으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우리가 더 설득하고 노력하면 되지. 준비해 둔 것도 있고. 후보 의지도 확인했으니."
"네... 알겠습니다. 의원님."
"그리고. 동물과함께 대표랑 조금 전에 통화했어요. 에코젠 액션이 시작되면 그쪽에서도 준비한 거 바로 시작할 겁니다. "
"네. 의원님. 에코젠에 연락하겠습니다."
"그래요."
보좌관은 의원과 통화를 마치고 이산에게 문자를 보냈다.
'의원님과 통화했네. 바로 시작하자시네.'
문자를 확인한 이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벽 너머 회의실 안에는 이미 몇 사람이 노트북을 펼쳐 놓고 앉아 있었다. 벽면 모니터에는 광고 관리자 화면과 온라인몰 대시보드가 나란히 떠 있었다. 이산이 안으로 들어서자 누군가 말했다.
"세팅 끝났습니다."
이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 한쪽에는 방금 배포된 기사 제목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다른 화면에는 의원실 유튜브 채널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 디지털 화이트보드에는 미리 만들어 둔 문구들이 정렬돼 있었다.
'윤리적 식탁을 시작할 시간.'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새로운 선택이 이미 옆에 있습니다.'
'오늘의 한 끼가 과거의 기준을 바꿉니다.'
이산은 잠깐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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