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사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올바른 고기> 20장.

by 돈태

노크 소리가 짧게 두 번 울렸다.


"들어와."


문이 열리자 전략기획팀장이 고개를 먼저 들이밀었다. 안쪽 상황을 한 번 훑고선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대표를 거쳐 수영에게 잠깐 머물렀다.


"부르셨다길래요."


말투는 느렸지만, 발걸음은 느리지 않았다. 자리를 잡으면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소파에 앉았다. 대표가 손짓으로 노트북을 가리켰다.


"영상 한번 보자."


전략기획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 쪽을 힐끗 보더니, 별말 없이 화면 앞으로 몸을 당겼다.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화면으로 모였다.


영상 초반이 지나가는 동안 전략기획팀장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대신 눈동자만 바빴다. 중간에 한 번, 아주 짧게 시선이 멈췄다. 대체육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상이 끝났다. 전략기획팀장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입술을 일자로 다물었던 전략기획팀장은 천천히 입을 뗐다.


"정리 잘하셨네요."


수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략기획팀장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흐름이 좀 애매합니다."


대표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어떻게."

"대체육이요. 왜 저 부분에서 나오는지... 흐름이 조금 끊기는 느낌도 나고요."


수영이 짧게 물었다.


"어떤 점에서요."


전략기획팀장은 수영을 정면으로 보지 않았다.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솔직히 방해됩니다. 중간중간 대체육이 나오는 게 부자연스럽고. 한쪽으로 몰아서 정책적으로 연결하는 건 어떨지..."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영의 시선이 조금 더 깊어졌다.


"우리는 정책을 만드는 쪽이 아닙니다." 수영의 말은 낮았지만 또렷했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입니다. 그렇다면 대체육을 빼는 쪽으로 선택을 하는 게 맞습니다."


전략기획팀장이 피식 웃었다. 순간 그는 대표의 눈치를 살폈다. 대표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헛기침을 했다.


"혹시 다른 버전은 없나?" 대표가 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략기획팀장도 곁눈질로 수영을 바라봤다. 수영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천천히 뗐다.


"있습니다." 수영은 짧게 답했다. "다만, 그 버전은 여기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왜죠." 전략기획팀장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

"그건 답을 내놓는 구조입니다. 본래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수영이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답이 꼭 나쁜 건 아니지.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대표는 말끝을 흐렸다.

"지금 상황이라뇨?" 수영이 끼어들듯 말했다.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할 시점입니다. 꼭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죠. 우리 같은 시민단체의 역할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는 시기입니다. 대선도 있고 사람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특히 새로운 대안에 관심을 갖는 시기입니다." 전략기획팀장은 대표의 표정을 살핀 후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았다.


수영의 얼굴에 냉소를 머금은 미소가 지어졌다. 전략기획팀장의 '대선'이라는 말에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정치적인 것들을 대하는 수영 특유의 설렘과도 같았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분리해야 합니다."

"무엇을" 말을 아끼려는 모습이 역력했던 대표가 천천히 말했다.

"운동과 거래를요." 수영은 대표를 똑바로 쳐다봤다.


대표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수영은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가 답을 파는 순간, 정치적 이해관계와 얽힙니다. 그럼 문제제기는 희석될 거고요."


전략기획팀장이 조금 전 수영이 지었던 냉소적인 미소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고, 대표는 한숨을 쉬었다. 전략기획팀장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대표가 손을 들어 막았다. 대표는 수영을 잠시 따뜻한 시선을 바라보다 말했다.


"수영아 더 멀리 봐야지. 이번 한 번으로 우리 일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


수영의 표정이 굳었다.


"그래서 저도 말씀드리는 겁니다. 한번 거래를 시작하면 다음은 더 쉽게 그 길을 선택하겠죠."


대표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략기획팀장은 이때다싶이 말했다.


"그럼 기회를 놓치는 겁니다."


대표는 더 말하지 않았다. 수영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저는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수영은 대표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몸을 돌렸다. 대표는 아무 말 없이 수영을 바라봤고, 그는 대표실을 나왔다. 대표실 문이 닫히자, 전략기획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설득이 어렵겠는데요."


대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저 버전은…" 대표가 천천히 입을 뗐다. "저쪽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거 같은데."


전략기획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부각해야 하는데."


전략기획팀장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대안으로 밀고 가시죠."


대표는 시선을 창쪽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그래야 메시지가 살아."


대표는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한 침묵이 흘렀다. 전략기획팀장은 대표의 눈치를 살피며 다음 말을 머릿속으로 골랐다. 순간 대표는 전략기획팀장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 우리 사정을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없는데..."


대표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전략기획팀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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