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고기> 19장.
수영은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수영은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수영은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꺼져 있는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초점 없이 바라봤다. 수영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태민의 자리에서 보았던 영상 장면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수산시장.
얼음 위의 생선.
완두콩 밭.
그리고 레스토랑.
칼이 단면을 가르던 순간.
수영은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댔다가, 다시 몸을 앞으로 숙였다. 습관처럼 손을 뻗어 마우스를 건드렸다. 화면이 켜졌지만, 아무것도 떠 있지 않았다. 그는 손을 떼지 않은 채 그대로 멈춰 있었다. 태민의 영상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빨리 이해돼서 문제였다.
'문제 제기.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선택지.'
수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태민의 영상은 설득이 아니라 제안이었다. 아니, 제안처럼 보이게 만든 답이었다. 잘 만든 영상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영은 헛헛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대표로부터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수영은 등을 등받이에 붙인 채 천장을 잠깐 올려다봤다. 머릿속에서 방금의 흐름이 추상적으로 다시 이어졌다.
고통의 장면.
그리고 곧바로, 덜 고통스러워 보이는 선택.
과정.
관계.
방식.
수영은 애초 결과가 아니라 조리의 방식에 매달리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수영에게 윤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대체육은 그 결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수영은 생각했다. 다른 재료로, 같은 구조를 반복한다. 분리하고, 가공하고, 표준화하고, 다시 배치한다. 수영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사람들 몸에 ‘덜 해롭다’는 말은 언제나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수영은 감았던 눈을 떴다.
사람들은 고통이 줄어든다는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다음은 더 빠르다. 선택지는 유일한 대안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사람들의 식생활을 바꾼다. 이는 기준의 변경이다. 한 번 정해진 기준은 힘을 갖는다. 그 순간 기득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지를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하다. 사람들에게 질문을 할 기회를 먼저 줘야 한다. 수영은 머릿속이 말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다.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방향의 문제였다. 분명 태민의 영상은 잘 만든 영상이었다. 그래서 더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를 한 번 훑어봤다. 사람들이 각자의 화면을 보고 있었다. 태민의 자리 쪽은 비어 있었다. 수영은 뭔가를 다짐하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대로 올리지 말자.”
수영은 노트북 메시지 창을 바라봤다. 대표에게 별다른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수영은 노트북 화면을 닫았다.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바로 대표실로 향했다. 대표실 앞에 도착해 잠깐 멈췄다. 노크를 하기 전, 말을 정리했다. 이미 결심은 끝났고, 남은 건 어떻게 말할지뿐이었다. 대표실 문을 두 번, 가볍게 두드렸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대표는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서류 몇 장을 넘기다가 수영을 보며 손을 멈췄다.
"왔어?"
수영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섰다.
"선배...영상 건으로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대표의 시선이 잠깐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벌써? "
수영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대표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시간이 더 필요해?"
수영은 잠깐 말을 골랐다. "마무리 작업이 좀 필요합니다."
대표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가 풀렸다.
"마무리?"
"네. 메시지가… 지금 상태로는 조금 빠릅니다."
대표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수영을 바라봤다.
"빠르다..."
"기존에 없던 내용을 추가하려고 했는데 전체적인 흐름이 다소 급하게 전개되는 느낌입니다. 방향성을 다시 검토하고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에요." 수영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을 덧붙였다. "추가로 들어간 내용도 있다 보니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도 있고요. "
대표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입술을 굳게 다문 대표는 천천히 입을 뗐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건가?"
"그것도 있는데... 내부 소통 문제가..."
수영은 자기의 말이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맹이는 숨기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수영이 머뭇거리자 대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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