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태 Jun 11. 2019

눈치, 찜찜함

190611

은행장과 점심을 먹었다. 윗선에서 잡은 오찬이다. 본업보다 의전과 예의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자리다. 윗선들끼리는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만남이다. 내 본업에만 충실할 경우 윗선에서 쳐놓은 선을 넘을 수도 있다. 은행장의 심기와 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해 요령껏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본업과 병풍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흔치 않은 기회다. 기회를 살리는 무리수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후회된다.


오후에 회사 교육을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교육 시간이 길어지는 듯해 끝나기 전에 나왔다. 찜찜함을 갖고 책방으로 향했다. 멍때리며 책방에 도착하니 후배가 문자를 남겼다. 교육이 끝나고 부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깜빡한 것이다. 머리가 하얘졌다. 급하게 택시를 잡고, 윗선에 죄송하다는 문자를 남겼다. 택시 아저씨께 사정을 말하니 쏜살같이 택시를 몰기 시작했다. 회사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후배의 전화가 왔다. 안 와도 된단다. 택시에서 내렸다. 수고하신 기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허무하면서도 속이 후련한데 영 찜찜하다. 부장은 죄송하다는 문자에 답을 안 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일단불온'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