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방 이름이 '일단불온'인가
책방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근데 일단불온이 무슨 뜻이에요?”
책방 이름이 <일단불온>이다. 책방 이름을 짓는데 큰 고민을 안 했다. 이미 <일단불온>으로 정해 놓은 상태에서 책방할 곳을 찾아다녔다.
영등포구청역 근처에 위치한 독립책방 <일단불온>은 손님보다 주인장의 공간이다. 내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지향점 등이 책방에 고스란히 배어나오길 바라는 곳이다. <일단불온>에 들어온 손님이 책방 주인장에 대해 어렴풋이라도 감 잡을 수 있으면 성공이다.
그럼 도대체 ‘일단불온’의 의미는 무엇이냐. 다른 사람들에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말들을 찾아 머리를 많이 굴렸다. 책방 이름을 짓는 것보다, 책방 이름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다. 머릿속에는 극명하게 와 닿는 의미가 있는데 이를 다른 사람에게 구체적인 단어로 내뱉으려니 말이 꼬이기 일쑤였다.
‘일단불온’은 나에게도 생소한 조어였다.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가 생각해 놓고 이거 괜찮은데, 라고 자축하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일단과 불온을 합친 단어 역시 나에게 그랬다. 우선 한 마디로 ‘일단불온’을 정의하면 ‘내 멋대로 하다’다.
‘일단’은 실천이다. 일단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행동력에 끌렸다. ‘이거저거 재지 말고 일단 해’라는 풀이가 가능하겠다. 동사 앞에 놓인 ‘일단’이라는 부사는 뒷일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당장 몸을 움직이라는 강한 '실천 의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어떤 일을 할까, 말까 백날 머릿속으로 고민하기 보다 일단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낫다는 게 내 지론이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를 고민하기 보다, 일단 노트북 켜고 키보드를 쳐야 한다.
‘불온’은 동경의 단어다. 시인 김수영을 통해 얻은 단어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의 자유’와 가장 맞닿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들에 의해 내 사고와 표현이 제한되면 안 된다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수영의 '불온 정신'을 대표하는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김일성 만세>를 지목하겠다. 철학자 강신주는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에서 <김일성 만세>를 소개하면서 소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모든 권위에 침을 뱉어라’
책방 이름을 듣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불온'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선입견으로 보인다. 아마도 ‘공산주의’, ‘인민’ 등 본래의 뜻과는 멀어지며 이상한 상징성을 갖게된 단어들과 한 무리로 묶일 만한 단어일테다. 솔직히 나 역시 이 단어에 불편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온하고 싶다. 현실과 이상에 괴리가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동경하는 단어다.
<일단불온>을 오픈하며 ‘일단’에는 어느정도 다가선 느낌이다. ‘불온’에 다다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독립책방 <일단불온>의 책장들 곳곳은 여전히 빈 상태다. 열심히 책을 채워야 한다. 책방을 하며 나 역시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