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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태 Aug 18. 2019

북토크 취소

해봐야 안다

책방을 열고 처음으로 북토크를 취소했다.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사람을 모았지만 북토크 전날까지 신청자가 없었다. 작가한테는 북토크 이틀 전 현 상황을 문자로 알렸다.


"작가님, 부끄러운 소식을 전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책방이기에 북토크 신청자가 없네요. 내일까지 기다려보고 최종적으로 북토크 최소 여부를 결정해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작가는 짧은 답을 남겼다. 얼마나 많은 말들이 생략됐을까, 고마우면서 미안했다.


"네네^^"


다음날 늦게 작가에게 북토크 취소 문자를 남겼다. 서로 죄송하다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책방을 시작하기 전 온갖 모임을 추진할 생각에 들떴었다. 포부도 컸다.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유력 정치인들도 책방에 불러 다방면의 소통 공간을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책방을 열자마자 첫번째 북토크를 추진했다.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얻는 건 '현실 인식', 잃는 건 '자신감'이었다. 


진보적 역사학계의 권위있는 교수,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선망하는 대상,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까지. 하나같이 북토크 신청자를 모으기 힘들었다. 때로는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동원하고, 북토크 강연자의 인지도에 기대며 꾸역꾸역 북토크를 끝냈다.


네번째로 추진한 북토크는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앞서 북토크에 들인 공에 절반도 안 들였다. 억지스럽게 북토크 신청자를 모으는 것에 지쳤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번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다. 책방의 수준을.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지만 '책방의 자생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전인 네트워크를 동원하지 않고  않고 책방의 힘만으로 사람을 얼마나 모을수 있는지 궁금했다. 책방의 공식적인 인스타 계정 외에는 네번째 북토크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책방을 연지 4개월째다. 당분간 북토크 등 책방 행사를 추진 안 할 생각이다. 막무가내로 달렸다.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판단보다 지쳐서 좀 쉬어야 겠다. 


그간 어설퍼서 많이 배웠다. 책방 하기 전에 몰랐던 것이 참 많다. 역시 해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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