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길 건너기' 요령이 생기며
베트남에 있으면서 하루하루 길을 건너는 일이 익숙해졌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인 행렬을 뚫고 길을 건너야 하는 일은 난감했다. 신호등의 보호 아래 안전하게 길을 건너던 기억은 이곳에서 깡그리 무시된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기회를 엿보지만 쉽지 않다. 빵빵. 사방 군데에서 울리는 차와 오토바이의 경적에 몸은 더욱 움츠려 든다. 멈칫멈칫하다 결단을 내리듯 두 주먹을 불끈 쥐어서야 몇 미터 안 되는 도강에 성공하며 한 숨을 쉬곤 했다.
이것도 한두 번 해보니 요령이 생긴다. 차 행렬에 조금의 틈만 보이면 일단 발을 뗀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엄두를 못 낼 간격을 두고 시야에 들어온 차나 오토바이가 있더라도.
도로에 발을 들이면 반은 끝났다. 차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지 않는다. 경적은 쉴 새 없이 울리지만 차건 오토바이건 보행자를 피해 방향을 서서히 트는 게 눈에 들어온다.
신호등을 보기 힘든 베트남에서 차건 오토바이건 천천히 달린다. 뻥 뚫린 길에서도 대부분 60킬로미터를 넘지 않는 모습이다. 베트남에 도착한 첫날 새벽, 숙소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도로에 차가 하나도 없는데 왜 이렇게 천천히 달리지’라고 생각했었다.
차들이 신호등 없는 도로에서 좌우회전은 물론 유턴하는 일은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것과 비슷한 요령이 필요한 듯하다. 일단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경적을 울리면 차를 서서히 몬다. 이에 다른 차들은 속도를 줄이며 자연스럽게 방향을 트는 차를 비껴간다. 베트남에서 며칠 지내니, 한국에서는 ‘나 열 받았소’로 귀를 찌르는 ‘빵빵 소리’가 이곳에서는 ‘나 조심하시오’로 들리는 기분이다.
외교부는 ‘도로가 발달되지 않고 비좁으며 교통질서의식이 부족해 교통사고가 많다’고 베트남에 대한 교통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베트남은 교통사고가 많은 나라로 꼽힌다. 다만 신호등이라는 안전장치가 잘 갖춰진 한국에서 레이스를 하듯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떠올리면 베트남 운전자들의 의식을 평가하기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