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P.G 마을
태평양 작은 숲(Pacific Grove)마을
골목을 거닐다 만난
집 앞에 세워져 있는 작은 책장들
누구라도 가져갈 수 있는 책들이 꽂혀있다.
이 책 저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펼쳐보다
‘부기부기 아저씨’가 떠올랐다.
오십오 년쯤 지난 그 때 그 시절
산골짜기 두 채 외딴집
밤이면 부기부기 노래를 흥얼거리며
우리 집에 마실 왔던 아저씨
오일장터 노점에서 산 책 한 권 들고
아버지는 ‘책 읽어주는 남자’ 전기수(傳奇叟)가 됐다.
호롱불 아래 무릎 맞대고
오남매와 부기아저씨, 나중에는 엄마까지
청중들은 울고 웃고......,
그리고 매일
저녁이면 부기아저씨를 기다렸다.
듣고 또 들어도 새로웠던
낡고 헤진 책 한 권
변하지도 않는 주인공들,
언제나 배가 고픈 먹고잽이 ‘먹돌이’
아내를 얻으려고 남의 집 일만
평생 해주던 ‘더벅머리총각’
그 때와 다른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에 와서
시골뜨기 소녀는 어디 가고
억척스런 동양 할매 홀로, 두리번두리번
캘리포니아 P.G 마을 골목 골목을 읽는다.
*전기수(傳奇叟) - 조선시대 책 읽어주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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