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ific Grove
바람 부는 캘리포니아
Pacific Grove
이 석 례
창문을, 거친 손가락으로 긁고 두드리는
날씨가 어수선하다.
그래도 걸어보기로 한다.
무엇이 바다를 흔들어대나
파도가 토해내는 거품
무형의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깨지고 넘어지고 부서지고
수천 번을 꼬꾸라진다.
“나 좀 살려주세요”가
“나 좀 죽여주세요”로
그 어느 여름밤 악몽처럼
그래, 힘들구나.
흰빛이라 다행이다.
저 포말이 붉은 빛이라면
러버스 포인트(Lover’s Point)를 지나
좀 더 가면 퍼킨스 파크(Perkins Park)
늙은 나무, 헤아릴 수조차 없이
가지가 달려 있다.
세찬 바람을 버티는 소리
“우직 우지직”
그 밑을 맨발로 도망치듯 지나가다
뒤돌아봤다.
저 멀리 파란 하늘이 보인다.
괜찮다.
202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