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리스 메이트 3일차
내가 새파란 새댁이었을 때 시어머니는 남편 생일날 새벽부터 날 깨워 닭 몰듯 끌고 절에 갔다. 음력 섣달 거의 마지막 날쯤이라 꼭두새벽은 어슴츠레하고 공기는 아주 매서웠다. 산길을 걸어걸어 올라가면 작은 암자가 있었고 마당에 옹달샘이 있었다. 그 샘물을 덮은 얼음을 깨고 세수를 하시며 나에게도 재촉을 했다.
"아이, 차가워라"
"그런 소리하면 안되지. 정성껏 씻어야지. 춥긴 쯧쯧쯧"
오늘은 산청 여행 웰리스 메이트 3일 차다. 차를 운전해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면서 시어머님의 못마땅해 하시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절은 절로 절로 가서 절을 많이 하는 곳이다. '신등면'이란 큰 바위에 새겨진 글을 지나 위로 위로 올라가면서 거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는 가을이 보였다. 더 늦지 않고 이맘때라도 오길 참 잘했다. 약간 탁해진 색감의 들과 산이 아름다우면서도 낭만적이고 약간은 쓸쓸한 기운이 돌았다.
대성산 중턱에 아슬아슬 앉아있는 정취암! 배경은 기암 절벽이고 앞은 탁 트였다. 마당을 허공에 매다는 작업이 한창이다. 신라 신문왕 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 1714년에 만들었다는 목조관음보살상을 보고 산신이 호랑이를 타고 행차하시는 산신탱화도 보았다. 문득 어머님이라면 또 절, 절, 절을 하셨으리라. '윤정수' 어머님 이름을 생각하면서 극락세계에 잘 계시는지, 명복을 빌어본다. 24.11.19. 오전 반나절
정취암에서 내려오니 오후 2시다. 중앙식당에 또 갔다. 어제 먹은 칼국수가 또 생각이 났고 어제 안 먹어 미련이 있던 김밥까지 주문했다. 어제도 오늘도 식당 할매는 불친절하고 경상도 말투가 퉁명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칼국수는 맛있고 값이 6,000원이라 끌린다. 이 식당은 언제라도 할매가 맘대로 문을 안 연다고 한다. 김밥 3,000원, 도합 9,000원을 할매 눈치보느라 현금으로 지불했다. 배가 너무 부르다. 천천히 벽화 구경을 하면서 어제 다 못 걸었던 경호강 데크 길을 걸으러 갔다. 남강(경호강) 다리 1을 지나갔다가 다시 와서 수계정을 지나 산청공원에도 들어갔다. 2시간 가까이 걷고 어느 골목으로 내려오니 산청초등학교다. 100년이 넘은 학교인데 고종의 '척화비'도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산청도서관이 있다. 24.11.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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