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여행 4일차
대원사 계곡, 계곡 카페, 하늘 아래 첫 동네
마음이 조급해졌다. 사랑하는 임의 떠날 차비를 눈치 챈 심정이다. 다행이 그리 멀지 않아 대원사 계곡에 쉽게 도착했다. 산청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공기가 맑다는 말이 맞다. 단풍 잔치가 거의 끝 무렵이지만 그래도 잘 왔다. 저절로 감탄사가 터졌다. 자연의 웅장한 자태와 순리에 겸허해졌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있게 영광을 누렸더라도 욕심 부리지 않고 떠날 때를 알고 받아들이는 순종이 보였다. 계곡을 따라 올라갈수록 잎이 떠난 나무들이 실핏줄 같은 잔가지를 허공에 드리우고 있다. 산이 높으니 계곡이 깊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계속 차를 몰았다. 계곡 옆으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물소리가 끊이지 않고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했다. 잎을 떨군 감나무에 황금빛의 감이 꽃송이처럼 달려있다. 어느 집 앞에는 깎아서 널어놓은 감이 가을볕에 잘 말라가고 있다. 더 장관은 마루 천정에서 아래로 주렁주렁 늘어뜨려져 있는 감주렴이다. 겨울에 한 개씩 따 먹으면 달콤하겠다. 호랑이도 무서워했다는 홍시 아닌가.
더 올라갔을 때 도로 옆에 있는 ‘계곡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망설이다가 주차하고 올라갔다. 이런 산속에 카페를 연 사람이 누구일까? 여리하고 청초한 여자가 어떤 사연으로 혼자 여기에 카페를 열었을까? 마음속으로 소설을 썼다. ‘비련의 주인공’을 만나봐야겠다. 내 상상은 빈약하고 남루했다. 아니, 이건 아닌데. 중년의 남자가 맞이했다. 카페는 소박하니 아담했다. 그 주인장은 반갑게 나를 맞이하더니 다짜고짜 카페 베란다로 안내했다.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에서 거북 바위를 찾아보라 했다. 정말 커다란 바위가 거북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 앞에 하트 모양의 널찍한 바위까지 있다. 카페 위치가 정말 명당이다. 여름에는 최고의 피서지가 되겠다.
손님은 나뿐이라 아저씨 바리스타와 차 한 잔을 놓고 한참 이야기를 했다. 이웃집에 마실 온 편안한 기분으로 탁자 위에 놓인 단감까지 깎아 먹었다. 카페 이 층에는 원룸처럼 살림도 갖춰져 있어 언제 이 곳에 와서 책이나 읽고 글을 쓰면서 지리산 계곡에 잠겨들고 싶다. 산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쉼을 제공하는 ‘계곡 카페’. 주인장의 인정 넘치는 배려로 단감을 다 가지고 왔다. 차 값보다 단감 값이 더 나갈 듯. 내 신파조의 상상은 박살이 났지만 서운하지 않았다.
서둘러 차를 몰아 ‘하늘 아래 첫 동네’까지 갔다. 카페에서 4km 정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드디어 도착했다. 더 올라갈 수 없다. 집은 몇 채 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고양이 몇 마리가 나를 맞이했다. 식당, 펜션 등 간판은 보이지만 철이 지나 조용했다. 생각보다 집집마다 마당이 넓고 집들도 괜찮았다. 나는 또 상상했었다. 오두막과 너와집 등이 산등성이에 납작납작 얹혀있지 않을까? 여행은 엉뚱한 꿈을 꾸게 한다. 안 와 봤으면 미련이 남았을 텐데 참 좋은 산청 여행 4일차다. 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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